삼성전자와 화웨이의 대결구도가 국내 5G 통신장비시장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LTE 통신장비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5G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화웨이에 밀릴 수도 있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5G 주파수 경매가 1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전자, 화웨이 등 통신장비기업들의 수주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가 6월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면 7~8월부터는 통신장비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3사는 5G 구축을 위한 통신장비회사 선정을 위해 이미 각 업체별 기술설명회를 마무리했다. 현재는 각 통신장비들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5G 통신장비가 가장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LTE 기준으로 국내 통신장비 점유율 40%를 차지할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5G 통신장비에서도 기술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런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김영기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사장은 3월 삼성전자 공식 뉴스룸을 통해 “삼성전자의 강점은 역시 기술력”이라며 “삼성전자는 누구보다 빠르게 5G 기술을 검증하고 글로벌표준에 반영하는 한편 지난 7년 동안 ‘세계 최초’ 기술들을 실증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네트워크사업부의 인력을 충원하며 국내 5G 통신장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먼저 5G 통신장비 경쟁력을 인정받고 글로벌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5G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국내 입지를 흔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추고 있어 국내 통신사들이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는 삼성전자 등 경쟁사 장비보다 최대 30%까지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LTE가 상용화됐을 때 화웨이 통신장비를 유일하게 도입했던 LG유플러스 뿐 아니라 SK텔레콤과 KT도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배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 기술력이 삼성전자 등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도 있다”며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화웨이를 국내 통신사들이 배제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안문제가 화웨이의 한국 진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 통신장비회사와 거래하는 것이 보안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5G 설비의 국유화까지 검토했다. 중국의 해킹 등 사이버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논리는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될 수 있다.
실제 LG유플러스가 2013년 화웨이의 LTE 통신장비를 도입했을 때도 미국 의회로부터 보안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LG유플러스는 주한미군 기지 근처에 중국산 장비를 쓴 기지국을 두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수 있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5월23일 기자간담회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 여부에 관한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 것도 보안문제를 염두에 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화웨이의 통신장비가 보안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산 통신장비의 보안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지만 유럽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전혀 없다”며 “LTE를 구축할 때 화웨이 장비를 도입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