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포스코플랜텍을 살리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임원급 인사를 실무진으로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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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1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조남진 상무보를 포스코플랜텍 기획그룹장으로, 강규봉 상무보를 재무그룹장으로 각각 보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긴급 자금지원 이후 숨통을 튼 포스코플랜텍에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으로 포스코플랜택을 매각하기 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된다.
◆ 유상증자에 이은 후속대책
조 상무보는 포스코 경영기획실에서 주로 근무해 온 기획통이며 강 상무보는 재무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기획과 재무 전문가를 포스코플랜텍의 핵심보직으로 보낸 것은 4번의 유상증자로 포스코플랜텍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인 상황에서 직접 포스코플랜텍의 경영정상화를 지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임원급 인사 파견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데 따른 후속조치로서 포스코플랜텍이 당면한 과제를 면밀하게 점검하고 체질을 바꾸려는 의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일부 사외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 700%가 넘는 포스코플랜텍에 2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긴급자금을 지원했다.
◆ 포스코플랜텍, 숨통은 트였지만
포스코플랜텍은 모기업 포스코의 유상증자로 재무구조에 숨통이 트인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유상증자를 실시한 이후 포스코플랜텍의 부채비율이 700%대에서 200%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포스코플랜텍이 유상증자받은 2900억 원 전액을 자산증가에 사용할 경우 부채비율이 196.3%로 낮아진다”며 “차입금 상환 등을 통해 부채를 감축할 경우 부채비율은 123%로 급감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유상증자 이후 포스코가 보유한 포스코플랜텍의 지분율도 34.52%에서 60% 이상으로 올라갔다.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의 지분율을 60% 이상 끌어올린 상황에서 경영에 직접 관여해 포스코플랜텍이 내 놓은 경영정상화 방안보다 더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플랜택은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하는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까지 순손실액만 1015억 원에 이르는 등 경영이 심하게 악화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9월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했다. 적자가 쌓이는 조선과 해양플랜트 사업을 정리하고 화공플랜트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인력 구조조정이나 설비매각과 같은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포스코플랜텍, 회생인가 매각인가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 취임 후 포스코특수강, 포스화인 등 1조1300억 원 규모의 부실계열사들을 매각했지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계열사에 한해서 비난 여론에 상관없이 끌어안는 행보를 보여왔다.
포스코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적자를 낸 호주 로이힐 광산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권 회장 취임 이후 302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호주 로이힐 광산을 매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회장은 투자를 계속 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가 로이힐 광산에서 27년 동안 연간 5500만 톤의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보급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포스코플랜텍도 부진한 사업부문인 조선과 해양플랜트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강점을 보였던 화공플랜트 사업에 집중하도록 포스코가 지원해 주면 회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 포스코가 포스코플랜텍을 정상화시킨 뒤 매각하는 편이 포스코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재무구조가 부실한 상태에서 매각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정상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