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5월30일 데이터 제공량을 기존보다 늘리는 요금제 개편을 시행한 데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조만간 이와 비슷한 요금제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은 이미 2월부터 ‘혁신적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예고했고 LG유플러스도 요금제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유플러스는 2월 KT보다 먼저 데이터 속도에 제한이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통3사가 요금제 개편을 추진하는 표면적 이유는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통신사의 요금제 개편 방향이 통신 가입자들을 고가 요금제로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사가 새로 출시한 요금제들은 대부분이 데이터 제공량을 기존보다 늘린 고가 요금제다. 그런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는 3만 원대의 저가 요금제를 2만 원대로 낮추는 것이어서 방향성이 조금 다른 것으로 평가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T가 데이터 제공량을 늘려주는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했다고 해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사실상 고가 요금제로의 요금 업셀링(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가격이 높은 서비스를 구입하도록 유도) 전략이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이통3사가 요금제 개편을 통해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것은 5G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LTE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가입자들은 5G 서비스에서도 주요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다. 5G가 상용화되면 LTE 가입자가 점차 5G로 갈아탈 것으로 예상되는데 초기에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가입자 위주로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LTE가 2011년 상용화됐을 때도 초기에는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가입자들이 3G에서 LTE로 옮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70%가 넘는 소비자들는 기존 통신사를 그대로 유지한 채 서비스만 변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LTE 스마트폰 가입자 한 명의 데이터 소비량은 4월 7GB를 처음 넘어서며 3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5G 시대에는 데이터 소비량이 더 가파르게 늘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통3사가 데이터 많이 이용하는 고객을 붙잡아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LTE에서 데이터 이용량이 많은 가입자는 5G 서비스의 주요 고객이 될 것”이라며 “통신사들이 최근 요금제를 개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5G 시대를 앞두고 전초전을 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KT와 LG유플러스가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모두 8만 원대로 책정한 것도 5G 요금제를 출시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5G 주력 요금제를 8만 원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사전작업이란 분석이다.
과거 LTE가 도입됐을 때도 통신사들은 6만 원대 요금제를 출시하며 데이터 제공량과 함께 요금제를 상향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홍식 연구원은 “5G 시대가 도래하면 이통3사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사물인터넷(IoT) 등을 결합해 주력 요금제를 8만 원 정도로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5G가 상용화되면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해 통신요금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