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05-29 14: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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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금융협회가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P2P금융회사 사이에 ‘옥석 가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감원에 따르면 P2P금융 대출취급액 규모는 2016년 5월 1100억 원에서 2017년 6월 1조1630억 원으로 1년여 만에 1조 원을 넘어선 뒤 2018년 2월에 2조2700억 원에 이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 대표들이 2017년 1월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신년 총회를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한극P2P금융협회>
P2P금융회사들은 국내에서 P2P금융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2016년 6월부터 한국P2P금융협회를 꾸려 부실 대출업체를 감시하고 관리해오며 시장 성장세를 이끌어가기 위해 힘써왔다.
하지만 한국P2P금융협회 창립멤버였던 ‘렌딧’이 4월 말에 탈퇴한 데 이어 8퍼센트와 팝펀딩 등 상위권 P2P금융회사들이 잇달아 협회를 탈퇴하면서 협회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탈퇴했거나 탈퇴한 P2P금융회사들은 부동산대출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업체들과 신용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업체들 사이에 입장이 달라 한국P2P금융협회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며 탈퇴를 결정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P2P금융 대출취급액의 66%는 부동산대출에 몰려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43%, 부동산담보대출이 23%를 차지했다.
미국 P2P금융시장에서 개인신용대출이 60%, 소상공인대출이 35%를 차지하고 부동산대출은 5%에 불과하다는 점과 비교하면 부동산대출에 크게 치중된 모양새다.
국내 P2P금융시장의 성장이 결국엔 한국 특유의 ‘부동산 불패신화’에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제1금융권 회사들이 소액 부동산대출을 취급하지 않았던 이유도 리스크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P2P금융회사 대다수가 이와 관련된 대비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업체 사이의 갈등요인으로 꼽힌다.
이번에 협회에서 탈퇴한 렌딧과 8퍼센트, 팝펀딩 등은 주로 개인신용대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업체들이다.
이들은 부동산대출에 치중된 구조를 비판하고 연체율과 부실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지만 대다수 회원사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2018년 2월부터 협회장을 맡아온 신현욱 2대 한국P2P금융협회장도 회원사 사이의 의견차이를 좁히고 협회의 와해를 막으려했지만 결국 주요 P2P금융회사들이 협회를 나가자 임기를 시작한지 3개월 만에 사퇴하기도 했다.
한국P2P금융협회에서 탈퇴한 랜딧과 팝펀딩, 8퍼센트 등 3곳은 새로운 P2P금융 관련 협회를 만들 채비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P2P금융회사 사이의 갈등이 불거진 원인을 각 회사 사업전략의 차이보단 법적 규제의 미비에서 찾고 있기도 하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 말부터 ‘P2P금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일부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여전히 P2P금융의 명확한 법적 성격과 규제방안 등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감독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5월 금감원이 P2P금융회사와 연계된 대부업체 7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점검결과에 따르면 P2P금융회사의 평균 임직원은 10.5명으로 이 가운데 대출 타당성을 따지는 심사인력은 3.7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건설사나 시행사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대주주의 입김에 따라 부동산대출과 관련해 제대로 된 대출심사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이 미비한 틈을 타 부실한 P2P금융회사들이 늘어나고 이와 함께 대출취급액 규모도 덩달아 가파르게 불어났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내 P2P금융시장은 새 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체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여전히 대부업 틀로 규율되고 있다”며 “P2P금융 규제의 초점을 신용평가 역량 강화와 정보공시 강화에 둬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대출 및 자금운영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