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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국제유가가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며 떨어지고 있지만 항공권 가격은 크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
항공산업은 총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으로 매우 높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도 항공권 가격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 기본운임 내릴 계획 없다는 항공사들
항공권 가격 하락폭이 유가 하락폭보다 좁은 것은 전체 항공권 가격에서 유류할증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0~20%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기본운임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유류할증료가 계속 떨어져도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 하락폭은 좁을 수밖에 없다.
미주 노선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1월 154달러에서 현재 58달러로 1년 동안 62% 가량 떨어졌다. 다른 노선들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 노선 유류할증료도 148달러에서 56달러로 1년 사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은 유류할증료가 아닌 기본운임은 내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유가하락이 유류할증료에 반영되기 때문에 기본운임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단기간 등락에 따라 항공운임을 결정할 수 없다”며 “항공운임은 장기적으로 설정한다”고 말했다.
◆ 유류할증료만 내려서 될까
국내 항공사들이 기본운임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6월부터 반 년 동안 50% 이상 내려갔지만 기본운임이 그대로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항공사들이 2012년 국제유가 폭등을 이유로 국내선 기본운임을 10% 가량 올린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류할증료가 항공권 요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체 항공사 운영비용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이상인데 유류할증료의 비중은 항공권 요금의 10~20% 수준으로 낮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하락하면 연간 유류비를 336억 원 가량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내리면 157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면 소비자들이 유가하락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매우 적다.
유류할증료 부과 기준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웬만큼 유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유류할증료가 붙기 때문이다.
유류할증료는 2005년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항공사들의 경영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운임상승 요인을 억제해 여행자 편익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건설교통부가 도입했다.
하지만 취지에 맞지 않게 항공권 가격상승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유류할증료 0원 시대 올까
유류할증료는 현재 정확한 기준에 따라 매월 정해져 발표된다.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항공유(MOPS)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평균가격을 총 33단계로 나눠 단계가 오르면 유류할증료가 오르고 단계가 내려가면 유류할증료도 낮아진다. 싱가포르 항공유 가격이 갤런당 150센트가 넘을 때부터 단계가 시작되며 10센트가 오를 때마다 한 단계씩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1월 유류할증료는 국내선의 경우 지난해 11월1일부터 30일까지, 국제선의 경우 지난해 11월16일~12월15일까지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됐다.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1월 15단계에서 현재 6단계까지 내려간 상태다.
2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1월 5일까지의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지난해 12월16일부터 현재까지 싱가포르 항공유의 평균가격은 갤런당 170센트 정도로 집계됐다.
이달 15일까지 평균가격이 170센트를 유지한다면 다음달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3단계로 책정된다. 이달 유류할증료 6단계에서 3단계 더 하락한다.
평균가격이 150센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유류할증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본다면 3월 이후 유류할증료가 아예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유류할증료가 없어진다면 2009년8월 이후 처음이다. 2009년 3월부터 8월까지 금융위기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유류할증료가 없어진 적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