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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 |
유한양행 매출 1조 시대를 이끌고 갈 사장은 누가 될까?
유한양행은 지난해 업계 최초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1조 매출을 이끈 김윤섭 사장은 3월로 임기를 마치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유한양행의 매출 1조 시대를 새롭게 이끌 차기사장 선임에 관심이 쏠린다.
◆ 신임 사장 2파전, 이정희 총괄부사장 유력
유한양행이 대표이사 교체를 앞두고 있다. 김윤섭 사장은 2009년 대표이사를 맡아 2012년 한 차례 연임을 하고 6년째 유한양행을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전 6천억 원 미만이었던 매출을 1조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김 사장은 3월에 임기를 마무리한다. 회사 정관에 따라 연임이 한 차례만 가능해 이번에 물러난다.
유한양행이 지금까지 외부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내부인사 승진이 유력하다. 이 때문에 차기사장 후보는 현재 부사장 두 명으로 압축된다. 이정희 부사장과 오도환 부사장이다. 두 사람은 2012년 나란히 부사장에 올랐다.
이 부사장은 1978년 입사해 영업, 마케팅 등을 담당했고 경영관리본부 전무를 거쳐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있다. 오 부사장은 1981년 입사해 병원영업부장, 약품사업본부 전무를 역임하고 현재 약품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정희 부사장이 더욱 유력하다고 본다. 지난해 7월 이 부사장이 총괄부사장 자리에 오르며 인수인계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유한양행의 1조 매출 원동력이 영업분야에 있는 만큼 영업통인 오 부사장이 대표이사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윤섭 사장 역시 약품사업본부장 출신으로 영업전문가였다.
두 사람이 공동대표로 선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유한양행은 2009년 김윤섭 사장과 최상후 전 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해 사상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공동대표는 ‘주인없는 회사’로 책임경영이 잘 안 된다는 유한양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섭 사장과 최상후 전 사장이 공동대표를 지냈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유한양행 매출은 12%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김 사장이 단독대표를 맡은 2012년 이후 3년 동안 유한양행 매출은 50% 이상 늘어났다.
◆ 유한양행의 새로운 과제
수장이 누가 되든 1조 매출 유한양행을 이끌어가기에 고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1조 원 매출의 신기원을 이루기는 했지만 비판도 많이 받는다.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을 도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급격한 외형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의 전체 매출에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61%로 제품 37%보다 높다.
이 때문에 자체 연구개발 노력없이 유통사 역할만 하고 있다며 매출 1조 원 달성의 의미를 낮게 평가하는 이들도 많다. 유한양행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은 6% 수준으로 주요 제약사 중 가장 낮다.
한미약품 연구개발비 비율이 20%에 이르고 경쟁사들이 10% 안팎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많지 않다.
이는 주인없는 기업 유한양행의 한계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가 세운 유한재단이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지분 15.4%를 보유하고 있으나 직접적으로 경영에 간섭하지 않는다. 유일한 박사가 물러난 이후 유한양행은 40년 넘게 전문경영인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연임이 한 번만 가능한 정관 때문에 대표이사는 최장 6년밖에 재직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오랜 기간 투자해야 결과가 나오는 연구개발에 소홀하고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는 영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한양행이 1조 원 매출에 걸맞게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다른 기업이 도달하지 못한 ‘규모의 경제’를 이룬 만큼 경쟁력있는 신약개발로 글로벌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유한양행도 1조 원 매출 달성을 계기로 변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윤섭 사장은 2일 시무식에서 ‘혁신 유한, 새로운 가치 창조’라는 경영슬로건을 발표하고 책임경영, 시장지향 연구개발, 미래사업 발굴육성, 열린 사고와 창조적 변화라는 4대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