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구 금융위원장(가운데)이 23일 경기도 시화산업단지 한국기계거래소에서 열린 '동산금융 현장간담회' 전에 열린 동산담보용 사물인터넷(IoT) 단말기 시연회에서 단말기를 사용한 뒤 설명을 듣고 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부동산을 제외한 기계와 농축산물 등 동산의 담보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편하고 정책자금도 적극 지원한다.
최 위원장은 23일 경기도 시화산업단지 한국기계거래소에서 열린 ‘동산금융 현장간담회’에서 “동산은 신용도와 담보가 부족한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유용한 자금조달 수단”이라며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유인 제공 등 종합적·포괄적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동산 담보대출은 2012년 8월 처음 출시돼 잠시 인기를 끌었지만 담보물이 없어지는 사고와 중복담보 등의 제도적 취약점이 나타나 부동산 담보와 비교해 활성화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이 보유한 동산자산 600조 원 가운데 담보로 활용되는 금액은 2천억 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중소기업이 소유한 부동산자산 400조 원 가운데 360조 원 규모가 담보대출에 활용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최 위원장은 “어느 기업이든 재고자산, 기계, 매출채권 등의 동산을 대부분 보유했고 회사의 성장에 따라 동산 규모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며 “이를 활용하면 기업이 더 낮은 금리로 많은 대출한도를 제공받고 은행도 신용대출보다 높은 건전성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동산 담보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가치평가 등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신기술을 적용해 사후관리를 더욱 손쉽게 만들고 동산을 담보로 잡은 채권자의 법적 권리 보장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은행연합회와 손잡고 은행권이 공동으로 동산자산의 담보 적합성 등을 평가하는 전문평가법인 후보군을 구성하기로 했다. 동산 담보의 평가·관리·회수정보 등을 모은 공동 데이터베이스를 신용정보원에 마련해 은행들이 쓸 수 있는 체계도 만든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단말기를 이용해 동산 담보의 설치와 위치 정보, 가동률과 훼손 가능성 등을 온라인으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사후관리체계도 만들기로 했다. IBK기업은행이 이 단말기의 사용을 확정했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도 도입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동산자산의 매각에 특화된 민간시장을 육성할 방침도 세웠다. 대법원, 법무부 등과 협의해 등기사항증명서의 제3자 열람을 허용하고 담보권자가 배당신청을 하지 않아도 법원 경매에서 배당을 당연히 받는 등 관련 법률이나 제도를 개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어떤 업종의 기업이라도 모든 종류의 동산을 담보로 제공해 대출상품을 전면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은행권의 여신운용체계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지금은 제조업종 회사에 한정하고 동력 없는 기계 등의 유형자산과 원재료 등의 재고자산 등에만 한정돼 있는데 이런 제한들을 모두 풀겠다는 것이다. 동산자산의 담보 인정비율도 현행 40%에서 은행들의 자율 아래 60%까지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동산 담보대출을 받는 기업에게 앞으로 3년 동안 1조5천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이 동산 담보를 우대하는 대출로 1조 원 규모를 제공하고 신용보증기금이 동산 담보대출에 연계된 특례보증 5천억 원을 새로 마련하는 방식이다.
시중은행들도 KDB산업은행에서 낮은 금리의 자금을 빌리는 온렌딩대출을 연간 2천억 원 규모로 새로 공급받아 동산 담보대출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금융위는 특허청과 연계해 지식재산권을 동산 담보로 잡는 계획도 세웠다. 외상매출채권의 담보대출 활성화를 위해 지급 신용도와 결제 신용도 등 상거래 신용위험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한다.
최 위원장은 “내부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동산금융 활성화정책에 수혜를 입을 기업 수는 지금보다 30배 정도 늘어나고 대출금리도 2.7%포인트 정도 인하할 수 있다”며 “기업 1곳당 동산 담보를 제공하고 빌릴 수 있는 금액도 2억2천만 원에서 4억 원으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중소기업도 이번 정책을 통해 생존 여부를 가르는 창업 후 4~7년의 ‘데스밸리’를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동산 담보대출 규모를 앞으로 3년 안에 현재의 15배인 3조 원, 5년 안에 30배인 6조 원으로 키울 계획을 세웠다.
다만 은행들이 동산담보대출을 내줬을 때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보호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산 담보에 부착하는 단말기 가격도 1개당 1만9900원 수준으로 비용 부담이 만만찮다는 의견도 있다.
최 위원장은 “동산 담보를 잡을 때 더 고려해야 하는 부분을 은행 내부에서 절차를 만들 때 감안하도록 유도하고 감독기관도 감독할 때 필요한 부분을 반영하겠다”며 “비용과 관련된 세제상의 유인을 만들 수 있는지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