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회사들이 바이오산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바스프, 다우듀폰, 바이엘 등 세계적 화학회사들은 그린바이오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 쿠르트 복 바스프그룹 회장(왼쪽)과 베르너 바우만 바이엘 CEO. |
바이엘은 4월10일 독일의 제약·화학회사 바이엘(Bayer)이 미국의 농화학회사 몬산토(Monsanto)를 인수합병하는 것을 미국 당국으로부터 잠정적으로 승인받았다.
종자 관련 사업부와 디지털 농업사업부를 매각하는 것이 인수합병의 승인조건이다.
이에 앞서 3월21일 유럽연합(EU)으로부터도 승인받았다.
바이엘은 몬산토 인수합병으로 그린바이오부문의 역량을 크게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사업 다각화와 매출 지역의 다변화도 가능해졌다.
바이엘은 2017년 기준으로 매출이 287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적 제약·화학회사다. 몬산토는 1982년에 세계 최초로 식물 유전자 조작을 성공시키기도 한 세계 최대의 유전자 변형작물(GMO) 연구개발회사다
바이엘은 화학회사로서 작물 보호제부문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몬산토는 종자부문에서 강하다. 주로 매출을 내는 지역도 바이엘은 유럽과 아시아 지역인데 반해 몬산토는 미국 지역이다.
바이엘이 몬산토의 인수합병을 마치면 세계 농화학시장의 공룡이 탄생할 것으로 시장은 바라본다.
바이엘은 세계 작물보호제시장 점유율이 20% 수준이고 몬산토는 세계 종자시장 점유율이 40% 수준이다. 바이엘은 몬산토를 흡수합병해 세계 농화학시장 매출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에서 바이엘의 몬산토 인수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승인을 받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바이엘은 제조체 및 종자사업 등을 매각하는 것을 조건으로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바이엘이 내놓은 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곳 또한 화학회사인 바스프(BASF)다. 바스프는 2017년 기준으로 매출 645억 유로를 거둔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회사다.
사오리 두부르그 바스프그룹 운영이사회 위원은 “이번 인수는 바스프가 농업산업에서 미래를 다지는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인수로 새로 합류할 동료들이 함께 바스프의 성장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스프는 종자부문에서 사업 확대가 절실하다.
바스프는 화학부문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작물 보호제부문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고 있지만 종자부문은 사업 규모가 작다. 바이엘 등 경쟁회사들이 작물 보호제부문과 종자부문을 함께 운영하면 바스프는 작물 보호제부문에서도 점유율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쿠르트 복 바스프그룹 회장은 "바스프는 이번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주요 농업시장의 종자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며 "확대된 사업을 통해 모든 지역에서 더욱 넓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농화학시장에는 이미 인수합병을 통해 그린바이오 역량을 높인 다우듀폰(DWDP)이라는 거대 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다우듀폰은 2015년 미국의 화학회사인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대등 합병한 결과로 탄생한 회사다. 세계시장에서 작물 보호제 점유율이 17%에 이른다.
바이엘이 몬산토의 인수를 마치면 세계 농화학시장은 바이엘과 다우듀폰, 중국의 캠차이나 등 거대 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스프도 바이엘로부터 인수한 종자사업을 토대로 농화학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