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주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사건으로 저유가 기조에 따른 주가상승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한 데다 유상증자로 당분간 주가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특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두 달 전 대한항공 지분을 거의 처리해 이번 유상증자에서 부담해야 할 자금이 매우 적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 주가는 7일 전날보다 4.71% 내린 4만3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주가하락은 전날 대한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반응이 드러난 것이다.
대한항공은 6일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예상 신주 발행가액은 3만5300원이고 신주 발행주식은 기존 발행주식의 24%인 1416만 주에 이른다.
증자로 주식이 늘어나면 그만큼 주식가치가 희석된다. 가격과 물량 모두 현재 주가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장기적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단기적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신영증권, KTB투자증권, 교보증권 등 증권가는 일제히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절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번 유상증자에서 조양호 회장 일가에 배정되는 주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한진칼이 지분 32.24%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한진과 기타계열사, 재단 등이 지분 5.07%를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지분은 0.04%이며 특수관계인 지분은 0.15%에 불과하다. 조 회장은 단 2억 원, 특수관계인은 7억5천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결국 오너일가의 돈이 아닌 일반주주와 회사 직원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돈을 쏟아붓는 셈이다.
유상증자 시점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증자 두 달 전인 지난 해 11월 조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대한항공 주식을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으로 모두 바꿨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11월 초까지 대한항공 지분 6.68%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물출자 방식으로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을 확보하는 대신 대한항공 보통주를 모두 한진칼에 넘겼다.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해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도 대한항공 지분을 1.06%씩 보유했었지만 같은 방식으로 대한항공 지분을 정리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증자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대한항공의 재무상황이 두 달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시점에 대해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전문가들도 유상증자 시점이 다소 이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달부터 계속된 저유가 기조에 따른 혜택을 전혀 보지 못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사건이 터지면서 올라야 할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발목 잡혔기 때문이다.
같은 항공기업인 아시아나항공이 저유가 기조에 따라 주가가 계속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5일 5330원에서 이날 7250원까지 36%가량 주가가 올랐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은 44450원에서 43500원까지 오히려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