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2018-05-21 16: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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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놓고 한 발 물러섰다.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해 외국인투자자들이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반대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21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29일로 예정된 현대모비스 임시 주총을 취소한 것을 놓고 그룹 개편안 부결 가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특히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표를 낼 가능성 떠오르면서 현대차그룹이 한 발 물러서게 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은 현대모비스 지분 9.82%를 보유한 2대주주다.
국민연금공단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에 현대모비스 주총 의결권 결정 권한을 넘겼다.
국민연금공단은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내면서 국민의 혈세로 재벌 기업의 승계를 도왔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현대차그룹 역시 승계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국민연금공단이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찬성표를 던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연금공단과 자문 계약을 맺은 의결권 자문사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반대를 권고하면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낼 근거를 찾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을 비롯해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와 글래스 루이스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연이어 반대를 권고하면서 현대차그룹은 국민연금공단 외에 국내 소액주주와 외국인투자자를 설득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높은 지분율을 보이는 외국인투자자 설득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의 외국인투자자 지분은 48.6%, 국내의 소액주주와 나머지 기관투자자들의 지분 11.44%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에도 국내 자산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2곳은 찬성표를 낸다고 밝혔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0.09%, 0.14%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투자자들은 달랐다.
현대모비스 지분 0.9% 보유한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페어러 캐피탈 파트너스의 앤드류 포스터 최고투자책임자는 18일 미국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주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계획”이라며 “앞서 논의된 전략적 근거는 설득력이 떨어지면 개편안의 재정적 영향도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시페어러 캐피탈 파트너스는 최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면담 이후 반대표를 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그룹 우호지분은 30.17%로 우호지분만으로 개편안을 통과시키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현대모비스 지분 1.5% 이상을 보유했다고 밝힌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세에 현대차그룹이 결국 발목이 잡힌 형국이 됐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의 개편안 발표 직후 반대 의사를 밝히며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합병 이후 지주회사 설립, 주주 친화정책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현대차그룹이 부결 가능성 탓에 임시 주총을 미룬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던 기획 및 재무부문의 한계를 보인 사례”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