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전자 상무가 LG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21일 LG그룹에 따르면 지주회사 LG는 6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또 앞으로 맡을 구체적 역할과 직책 등도 논의한다.
▲ 구광모 LG전자 B2B사업본부 정보디스플레이사업부장 상무. |
LG그룹 안팎에서는 구 상무가 당장 그룹 총수인 회장의 자리에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구 상무가 지주회사 LG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하현회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을 가능성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정 기간 사내이사로 경험을 쌓은 뒤 대표이사나 그룹 총수인 회장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다.
지주회사에서 어떤 자리를 맡든 구 상무는 당분간 현장 경영은 계열사를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에 맡기고 '그룹 경영' 수업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구자경 전 명예회장이나 구본무 회장은 모두 총수를 맡기 전 20년 정도 현장 경험을 쌓았다.
구 상무의 '총수 수업'에는 오너 일가를 대표하는
구본준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 그리고 5명의 계열사 부회장이 발벗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현회 LG 대표이사 부회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 부회장은 이전부터 구본무 회장이 세우는 중장기적 사업전략을 실행하며 ‘LG의 살림꿈’ 역할을 해온 데다 오랜 시간 LG그룹의 전략 및 기획을 담당해왔다. 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각 계열사를 두루 거쳐 전반적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구본준 부회장 역시 그동안 자동차 전장사업, 바이오 등 LG그룹의 신사업 투자에 주력해온 만큼 구 상무가 장기적 안목으로 LG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그룹이 갑작스런 총수 공백 사태를 맞았지만 워낙 뛰어난 전문경영인들이 포진해있는 만큼 구 상무가 단번에 회장에 오르지 않더라도 그룹 경영에 문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구 상무는 LG의 지분을 확보해 실질적 오너의 지위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구 상무의 ㈜LG 지분은 6.24%다. 구본무 회장(11.28%)과
구본준 부회장(7.72%) 다음으로 많다. 구 상무가 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으면 최대 주주가 된다.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3.45%를 들고 있어 최대 지분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문제는 상속세다. 구 상무가 구 전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5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최대주주의 지분을 승계하는 만큼 할증률 20%가 붙어 상속세만 1조 원가량에 이른다.
그런 점에서 구 상무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자신이 7.5%의 지분을 지닌 판토스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상장사인 판토스를 상장해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판토스가 상장 조건을 갖추도록 키우는 문제는 일감 몰아주기라는 사회적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 검찰은 LG그룹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매매할 때 양도소득세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픔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상무가 구 전 LG 회장의 지분을 모두 물려받기보다 최대주주로 올라서기 위한 만큼의 지분만 승계하고 나머지 지분을 처분해 상속세로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