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5-18 18:46:07
확대축소
공유하기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자급제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이동통신시장의 유통구조 변화에 가세했다.
하지만 자급제 스마트폰이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 LG전자 'G7씽큐'.
LG전자는 18일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G7씽큐’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뿐 아니라 하이마트, 11번가 등을 통해 자급제폰으로도 판매한다.
자급제폰이란 휴대폰 제조사가 통신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유통점에서 판매하는 휴대폰을 말한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정책 가운데 하나로 새로운 휴대폰 유통구조를 만들어 이통3사의 통신 서비스 가격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통신사의 약정에 얽매이기 싫은 소비자는 G7씽큐를 대형마트나 온라인 등에서 구입한 뒤 통신사를 선택해 따로 가입할 수 있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는 소비자는 알뜰폰에 가입할 수도 있다.
자급제폰은 삼성전자가 3월16일에 출시한 ‘갤럭시S9’부터 도입됐다. 갤럭시S9은 출시 두 달 만에 국내에서 100만 대가 팔렸는데 이 가운데 자급제폰이 10%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자급제폰의 반응이 좋다”며 “G7씽큐도 자급제폰으로 판매되는 만큼 휴대폰 유통구조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급제폰의 통신비 인하 효과를 놓고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다.
자급제폰이 출시된다고 해서 이통3사가 요금제 경쟁을 펼칠 것이란 전망은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대폰 자급제와 통신비의 연관성에 관한 데이터나 연구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하태규 고려대학교 경제연구소 연구교수는 2017년 9월에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단말기의 별도유통은 결합유통의 장점인 원스톱 쇼핑이라는 소비자 편익을 없앨 뿐 아니라 이중유통에 의한 비용만 늘려 소비자 부담이 가중된다”며 “유통 전환비용이 발생하면서 소규모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희생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통신비협의회가 단말기 완전자급제에서 자급제폰 도입으로 선회한 이유도 자급제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으로 강제하는 단말기 완전제급제 대신 휴대폰 제조사에게 자율적으로 맡기는 자급제폰을 선택했다.
또 아직까지는 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해 자급제폰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다. 자급제폰을 구입하면 통신사가 주는 지원금과 별도의 사은품 등을 받을 수 없다.
국내 자급제폰 규모는 전체 휴대폰시장의 8%정도로 아직 통신시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통3사가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요금제를 낮출 가능성은 많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의 홍주식 이사는 “오래 전부터 단말기 자급제가 활성화된 국가들은 판매되는 스마트폰 대부분이 중저가형”라며 “갤럭시S9이나 G7씽큐 같은 프리미엄 제품들로는 자급제폰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