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의 현대차그룹 우호 지분율이 높은 탓에 분할합병에 반대의견을 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 놓여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현대모비스 지분 1.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모비스에서 현대차그룹 우호 지분율은 30.17%에 이른다.
하지만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내야 분할합병 안건이 통과되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우호 지분만으로는 분할합병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다.
이 때문에 현대모비스 2대주주이자 의결권 기준 지분 10%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엘리엇매니지먼트에 이어 국민연금공단마저 현대차그룹에 등을 돌리면 49.3% 지분율을 보이는 외국인투자자들을 비롯해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반대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국민연금공단은 삼성에 우호적 결정을 내리면서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 (현대모비스 주주총회) 투표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며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데 국민연금공단이 현대차그룹에 반대하면 위임장 경쟁(proxy fight, 대립적 관계에 있는 개인 또는 그룹 사이에 주주들의 위임장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벌이는 경쟁)은 접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안건에 어떤 의견을 밝힐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르면 이번 주에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의결권 자문위원회를 열고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결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이 잇달아 현대모비스 분할합병 관련 의견을 밝히기로 하면서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현대모비스 주주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목적을 놓고 투자자들이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도 이 매체는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으로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내세웠지만 실상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정 부회장에게 승계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엘리엇매니지먼트와 다른 소액주주들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오너인 정씨 일가에 이득을 주고 다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썼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