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5-07 17: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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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연합회가 마련하고 있는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이 채용비리 척결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까?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5월 안에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 초안을 만들고 6월 이사회를 열기 전에 최종안을 내놓기로 했다.
▲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을 시작으로 채용비리 수사가 시중은행들로 확산되면서 금융권 사정 바람이 매서웠다.
지난해 우리은행을 비롯해 지금까지 채용비리 정황이 드러난 시중은행은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모두 여섯 곳이다. 신한은행은 추가 검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있었던 과오를 엄벌하기 위해서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면 앞으로 있을 추가 비리를 막기 위해서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이 손을 잡고 모범규준을 만들고 있다.
채용비리 여파로 시중은행들의 수장이 바뀌고 상반기 채용이 중단되는 등 파장이 컸던 만큼 실효성있는 모범규준이 도입돼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든 은행권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통일된 모범규준이 마련된다는 점이 은행권 채용시스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의 채용비리 유형들을 살펴보면 채용청탁에 따른 특혜채용, 특정 대학출신을 위한 면접점수 조작, 채용전형의 불공정한 운영 등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다.
은행권 사정이 비슷한 만큼 공통된 기준이 마련된다면 은행 사이의 비교 가능성이 높아져 효율적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가 ‘임원추천제’를 폐지하겠다고 나선 점도 모범규준의 효과를 한층 높일 것으로 보인다.
김태영 은행연합회 회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원추천제는 원칙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누가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적발된 채용비리는 대부분이 ‘임원 추천’ 경로로부터 나왔다. 높은 자리에 있는 임원일수록 입김이 세고 ‘아는 고위급 인사’도 많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채용비리가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KEB하나은행의 2013년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임원추천 등 추천에 따른 특혜채용 16건을 적발했는데 전체 채용비리 유형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박재경 전 BNK금융지주 사장은 부산은행 시금고 선정을 위해 부산시 고위공무원의 아들을 부정채용해 구속됐고 광주은행의 한 부행장보는 자신의 딸의 면접관으로 직접 참여한 것이 알려져 수사를 받은 끝에 구속됐다.
추천과 청탁 사이가 워낙 애매한 만큼 아예 진원지를 없애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은행연합회가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지인 아들을 ‘추천’만 했기 때문에 채용청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고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역시 공판에서 “행장은 은행의 최종결정권자로 누구를 1차 면접에 보게 할지, 누구를 2차 면접에 보게 할지 결정할 권한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하지만 은행연합회가 은행들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보장할 것이라는 뜻을 보여 구체적 수위 조절에서는 은행별로 온도차가 나타나고 채용비리의 완전 근절이라는 취지가 퇴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회장이 2월 기자간담회에서 “모범규준은 각기 다른 고용시장이 필요로 하는 유연성과 다양성, 자율성과 같은 부분을 어느 정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 시중은행들이 내세우는 비전들을 놓고 보면 고객중심, 글로벌, 신뢰성 등 대부분은 같지만 저마다 조금씩 색깔이 다르다.
KB국민은행은 성과지향을, 신한은행은 상호존중을, KEB하나은행은 역동성을, 우리은행은 정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각자 원하는 인재상이 다르고 필요한 채용절차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은행권의 채용비리가 고질적 문제로 신뢰가 크게 추락한 만큼 엄격한 모범규준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 은행연합회가 이를 어떻게 조율하고 어떤 모범규준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