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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왼쪽)과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오른쪽) |
이동통신업계가 요금인가제 폐지를 놓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요금인가제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때 정부의 인가를 받게 하는 제도다.
업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시장경쟁을 제한하는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2,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는 통신비 인하와 관련이 없다며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업계에서 이통사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상대의 서비스에 대응을 빨리 하기 위해 요금인가제를 놓고 입장차이를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 이상철 “요금인가제 폐지하면 요금이 오히려 오를 수 있어”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업계에서 점유율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SK텔레콤과 2, 3위 사업자인 KT, LG유플러스가 요금인가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요금인가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은 정부가 이 제도를 통해 요금제 등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SK텔레콤은 “이용자 후생을 위해서 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해외 주요국가 가운데 정부가 사전에 소매가격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2위와 3위업체인 KT와 LG유플러스는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인가제를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요금인하는 요금인가제와 관계없이 실시할 수 있는 데다 요금인상도 사실상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인가제 폐지가 통신비 인하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특히 비교적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는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적극적으로 요금인가제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요금인가제는 올릴 때만 적용되고 내리는 것은 지금도 통신사들이 마음대로 내릴 수 있다”며 “요금 인상을 막는 법을 폐지하면 오히려 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이통사들의 속내는?
이통사들이 요금인가제에 대한 엇갈린 의견을 보이는 데 또 다른 이유가 있다.
SK텔레콤은 신규상품을 출시할 때 정부의 심사를 받는데 이 과정에서 경쟁사에 상품정보가 새어나가기 쉽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신상품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반면 심사를 받지 않는 KT나 LG유플러스가 신상품을 선보였을 때 SK텔레콤은 바로 대응하기에 힘들다.
업계는 KT와 LG유플러스가 이런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요금인가제에 찬성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한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SK텔레콤이 신상품을 출시한 뒤 바로 KT와 LG유플러스가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SK텔레콤은 요금인가제 때문에 서비스 경쟁에 불리할 것”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