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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제2롯데월드의 미래에 방점을 찍은 인사를 실시했다.
제2롯데월드의 개발과 운영을 맡은 롯데물산 대표이사 사장에 롯데그룹에서 장수 CEO로 꼽히는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를 앉혔다.
신 회장은 또 그동안 발탁했거나 이번에 중용한 젊은 경영진들을 대거 승진해 세대교체와 함께 친정체제도 강화했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은 유통시장의 정체를 돌파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신 회장은 “경영일선에 나선 이후 가장 어려운 해”였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다사다난한 한해를 넘겼다.
제2롯데월드는 우여곡절 끝에 임시개장에 성공했지만 잇따라 터진 안전 이슈가 순항의 발목을 잡았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경기침체와 세월호 참사 등으로 실적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 롯데홈쇼핑 갑 횡포 사건으로 롯데그룹의 윤리경영 자체가 위기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신 회장은 매년 초 실시하던 정기인사를 한 달 이상 앞당겨 실시하면서 롯데그룹을 새로운 출발선 위에 놓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최대 현안인 제2롯데월드를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인사의 초점을 맞췄다"며 "위기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에 대한 그룹 차원의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 '필벌'보다 '신상', '과거'보다 '미래'에 방점
신 회장은 26일 실시한 정기 임원인사에서 207명을 승진시켰다. 올해 그룹의 경영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임원 승진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승진인사를 했다.
‘필벌’보다 ‘신상’, ‘과거’보다 ‘미래’에 무게가 실린 인사였다. 신 회장은 지난 일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앞으로 과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문책성 인사는 제2롯데월드 운영을 맡고 있는 롯데물산의 대표이사 교체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가 제2롯데월드의 개발과 운영 총괄을 맡는 롯데물산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노 사장은 롯데그룹의 간판 전문경영인이다.
노 사장이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위기관리능력과 경험, 대외 소통능력을 발휘해 제2롯데월드의 성공적 안착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몰 안착, 타워동 공사와 관련한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노 대표를 중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원우 롯데물산 대표이사는 총괄사장을 맡아 롯데월드타워의 향후 사업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한 발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원우 사장은 올해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임시개장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그러나 잇따라 안전사고가 터지고 사고수습을 제대로 못해 그 빛이 퇴색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물산 대표이사 경질은 이달 들어 계속된 사건사고에 대한 문책인사 성격이 짙다”며 “그룹 최고참 CEO인 노 사장이 롯데물산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사결정체계를 단순화해 위기대응 능력을 높이려한 점도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띈다. 기존의 이사와 이사대우 직급을 폐지하고 상무보로 단일화했다.
롯데그룹의 임원직급은 사장-부사장-전무-상무-상무보의 5단계로 조정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에서 87명이 이번에 새로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는 올해 1월에 이뤄진 정기 임원인사 승진자 82명보다 5명이 늘어났다. 경영환경이 올해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큰 폭의 승진인사가 이뤄진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승진 인사폭을 축소하지 않은 것은 어려워진 영업환경에서도 위축되지 말고 내년에도 혁신 속 도전이라는 과제를 풀어나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문제가 생긴 계열사 사장을 곧바로 교체하는 인사 스타일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서 교체보다 승진과 재배치를 통해 오히려 그동안 발탁한 경영진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이사와 롯데홈쇼핑 강현구 대표이사가 시장으로 승진했다. 온오프라인 사업에 대한 경험을 두루 갖춘 김형준 롯데홈쇼핑 영업본부장은 롯데닷컴 신임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신 회장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진출 전략과 옴니채널 전략을 더욱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이마트 대표에 이동우 롯데월드 대표, 롯데월드 대표에 박동기 하이마트 전무를 각각 앉히고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를 유임시킨 점도 신 회장이 친정체제 강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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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용 신임 롯데물산 대표 |
◆ 제2롯데월드 중책 맡은 노병용
롯데그룹의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노병용 신임 롯데물산 대표이사 사장이다.
노 사장은 그동안 롯데마트를 맡아 실적악화와 해외사업 부진 때문에 고전했다. 롯데마트는 중국사업에서 성과를 못내 영업이익률이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노 사장은 제2롯데월드의 위기를 구해낼 구원투수로 중용됐다.
노 사장은 2007년부터 8년 동안 롯데마트를 이끌어 온 롯데그룹의 간판 CEO다. 그가 중용된 것은 오랜 경험에서 쌓은 위기관리 능력과 원만한 대외관계 등이 제2롯데월드의 성공적 안착에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몰 운영과 2016년 완공예정인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총괄하는 비상장 계열사다.
제2롯데월드는 지난 10월 저층부가 임시개장한 뒤에도 수족관 누수와 잇따른 공사장 사망사고, 천장 균열 등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대국민 홍보와 대관업무 등 리스크 관리에서 취약성을 보였다.
노 사장은 어수선한 제2롯데월드를 조기에 정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노 사장은 1979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롯데쇼핑 기획부문 이사와 판매본부장, 롯데미도파 대표이사, 롯데마트 대표이사 등을 거치며 쇼핑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노 사장이 부침이 심한 유통업계에서 최장수 CEO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위기관리와 소통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노 사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신동빈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자 국회에 대신 출두했다. 롯데그룹이 갑 횡포 논란으로 홍역을 치를 때마다 총대를 멨다.
신동빈 회장은 2016년 롯데월드타워 제2롯데월드 저층부의 영업 정상화라는 롯데그룹의 최대 현안을 놓고 노 사장만큼 신뢰할 만한 CEO를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노 사장은 내년 말 완공 예정인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 공사를 총괄하는 동안 안전사고 예방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노 사장은 또 롯데물산의 악화한 재무상태를 개선해야 한다. 롯데물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분기 2472억 원에서 3분기에 1255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롯데물산의 영업손실도 3분기 누적 237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98억 원에서 대폭 늘어났다. 롯데물산은 2011년 이후 3년 동안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롯데물산은 제2롯데월드의 토지비를 제외한 총 사업비 3조 원 가운데 2조2천억 원 가량을 부담하고 있는데 이 대부분을 차입으로 조달해 왔다. 제2롯데월드의 준공시점까지 상당한 시일이 남아 있어 앞으로 공사비용과 제2롯데월드 운영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 준공 뒤 오피스나 오피스텔, 쇼핑몰 등의 입장료 수입에서 매출을 올려야 한다.
특히 롯데물산 소유의 오피스 면적이 3만7천 평이나 돼 입주사 모집을 완료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롯데그룹은 국제단체나 다국적기업의 아시아본부 유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들은 노 사장이 주로 소매 유통업에서 경력을 쌓아 롯데물산이 안고 있는 이런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지 주목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