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삼성’ 상표권 사용료를 받기로 했다는 결정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일모직이 본격적으로 그룹 지주회사로 나선다는 주장과 지주사 전환의 신호탄으로 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 시동 거나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로부터 내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삼성 상표권 사용료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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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웰스토리는 급식 및 식자재 유통사업을 담당하는 업체다. 지난해 11월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의 푸드컬쳐(FC) 사업부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됐다. 현재 제일모직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일모직에 지불하는 상표권 사용료는 53억 원으로 내년도 외부고객에 대한 예상 매출액의 0.5% 수준이다.
자회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은 일반적으로 지주회사의 주요사업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사업관리와 투자, 브랜드 및 상표권 관리를 맡는다. LG그룹 지주사인 LG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이에 해당한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삼성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곳은 제일모직이 유일하다. 여기에 제일모직이 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다는 점과 결합하면서 삼성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내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제일모직이 얻을 이익이 막대할 것으로 점쳐진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지주사가 되면 삼성전자로부터 배당금을,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며 “현재 1898억 원인 순이익이 10.3배인 2조1600억 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지주사 전환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일모직이 상표권 사용료를 받겠다는 결정만으로 지주사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4일 “사용료 수취 결정은 그룹 내부 규정에 따른 것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삼성홀딩스 체제로 가려면 많은 관문들이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제일모직과 합병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한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로 꼽는다.
이를 추진하려면 현재 남아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야 하고 삼성전자의 자사주 비율을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지분도 정리해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인적분할과 합병작업이 없는 지주사 전환은 엄천난 자금이 소요될 것”이라며 “삼성은 향후 3~4년 동안 점진적으로 전환절차를 밟아나갈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주가는 24일 13만3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 1.48%(2천 원) 내렸는데, 지난 18일 상장 뒤 처음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