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일 채비를 본격적으로 갖추면서 한국의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4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정부가 수입품목에 관세를 연이어 매기면서 부딪쳐 왔는데 이 갈등이 확대되면서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미국산 대두(콩)와 자동차 등 14개 분야의 수입품목 106개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결정했다.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번 결정을 시행하는 시기를 놓고 미국 정부가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 따라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보복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가 중국산 수입품목 1300여 개에 향후 25~35% 수준의 높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히자 상업부와 외교부, 주미대사관 등을 통해 비난의 수위를 높인 데 이은 조치다.
미국은 중국이 2일 3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과일과 돼지고기 등 수입품목 128개에 15~25%의 관세를 부과한 데에 맞서 ‘관세 맞보복’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미국산 과일과 돼지고기 등에 관세를 부과한 것도 미국에서 3월23일 중국산을 겨냥해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데에 따른 보복조치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지속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사실상 촉발했고 앞으로도 한동안 같은 태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에 열리는 미국 중간선거를 대비해야 하는데 최근 통상압력을 강화하자 국정 지지도도 올라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지지층 굳히기의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한국도 수출에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전체 수출액의 25%를 중국에서 거두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완성제품으로 가공돼 미국 등으로 수출되는 과정에 쓰이는 중간재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이 2017년 중국에 수출한 제품들의 전체 금액 1421억2천만 달러 가운데 78.9%를 중간재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출한 중간재로 만들어진 중국의 완제품이 미국에서 막대한 관세를 부과받아 판매량이 줄어든다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구조인 셈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25% 관세를 매겨 중국의 미국 수출액이 10% 줄어들면 한국의 중국 대상 수출액도 지금보다 282억6천만 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출액 감소폭은 2017년 기준으로 전체 중국 수출액 1421억2천만 달러의 19.9%, 전체 수출액 5736억9천만 달러의 4.9%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관세전쟁이 자칫 전 세계로 확대된다면 한국의 수출 피해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의 평균 관세율이 현재 4.8%에서 10%로 높아진다면 한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0.6%포인트 떨어지고 전체 고용자 수도 15만8천 명 정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비해 한국 정부가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고 다른 국가들과 통상협력을 강화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주나오고 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발 무역전쟁이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반발을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내 실물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퍼지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도 대응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