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와 LG화학이 예상보다 이른 시일에 중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업체에 지원하던 전기차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한편 한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부사장. |
3일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의 사업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당국이 전기차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2월부터 30% 축소한 뒤 BYD(비야디) 등 현지기업들이 실적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올해부터 일정 기술 수준을 만족하는 전기차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업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국 최대 배터리기업인 CATL이 최근 유럽에 대규모 공장 신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점도 내수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들의 성장에 지원을 집중하던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배터리업체은 그동안 중국 배터리기업들과 불공정한 경쟁으로 피해를 봤는데 이런 변화는 긍정적 신호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한국과 사드배치 문제 등으로 외교적 갈등을 빚으며 삼성SDI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자동차를 보조금 지급목록에서 제외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중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거의 공급하지 못하게 돼 수조 원대의 투자를 벌인 중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져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3월 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밝히며 삼성SDI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수출 길이 다시 열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이 전반적으로 축소되면 현지 업체와 가격 격차가 좁아져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크게 앞선 한국 배터리업체가 수혜를 볼 수도 있다.
중국 당국은 6월부터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한 새 정책을 내놓을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정부의 보복성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SDI와 LG화학에는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될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은 올해 초부터 유럽에서 새 대규모 배터리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삼성SDI는 상반기 안에 헝가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유럽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양산되면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중국 공장 가동률이 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됐는데 이런 우려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된 셈이다.
또 독일 폴크스바겐이 최근 66조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겠다는 계획을 밝힌 터라 삼성SDI와 LG화학이 배터리 공급비중을 기존 예상보다 훨씬 늘릴 수도 있다.
폴크스바겐은 중국 수출용 전기차에 중국 최대 배터리회사인 CATL의 배터리를 받을 계획을 세웠는데 보조금 차별이 사라지면 기존 협력사인 삼성SDI와 LG화학의 물량으로 이를 대체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CATL은 삼성SDI와 LG화학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며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 도움이 없이 자체적으로 성장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파악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목록이 발표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이후 완성차업체에 배터리 공급 등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