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3-30 14: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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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그룹이 사업영역을 넓히는 과정에서 곳곳에서 벽에 부딪히고 있다.
유진그룹은 10년 가까이 맡아온 로또복권사업자에서 밀려난 데 이어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공구마트사업 진출 시도도 소상공인 반발에 무산됐다.
▲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진기업이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시장의 성장세를 보고 진출을 추진해왔던 공구마트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영업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유진기업의 공구마트사업 진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정부대전청사에서 열린 사업조정심의회에서 유진기업에 건자재 판매마트인 ‘에이스홈센터 금천점’의 개장을 3년 미룰 것을 권고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33조 ‘사업조정에 관한 권고 및 명령’에 따르면 사업의 인수나 개시, 확장 등의 연기를 권고받은 대기업이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권고대상과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의 공표 이후에도 정당한 사유없이 권고에 따르지 않으면 권고 이행명령을 내게 된다. 계속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권고가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사실상 유진기업이 사업 진출의 뜻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몰린 것으로 파악된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사업조정 권고에 따른 향후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권고가 금천점 개장에만 한정돼있어 유진기업이 다른 곳에 매장을 내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 보호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진기업으로서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사업조정 권고를 받은 점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
유진기업은 2016년 9월 프리미엄 인테리어 및 리모델링 브랜드인 홈데이를 내놓은 뒤 수요가 충분하다고 보고 소비자들이 직접 인테리어에 필요한 공구 등을 구입할 수 있는 DIY(소비자가 직접 만들 수 있는 제품) 공구마트사업 진출을 추진해왔다.
유진기업은 미국 공구전문 소매협동조합인 ‘에이스하드웨어’와 계약을 맺고 경영지도까지 받아가며 공구마트사업 진출에 노력을 기울였다.
3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첫 매장을 열고 5년 안에 전국 20여 개 점포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세우며 사업에 의지를 보였다. 판매사원 70여 명을 새로 채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금천·가산 공구단지 소상공인들로부터 제기된 ‘영업권 침해’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사업에 먹구름이 가득해졌다. 중소기업벤처부는 3년 뒤에 사업조정을 재검토하는데 이 때 사업 진출을 3년 더 연기하라고 권고할 수 있어 최대 6년 동안 사업 진출의 꿈을 접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진기업이 레미콘사업에 집중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추진해왔던 사업다각화 구상이 자꾸 틀어지고 있다는 말이 관련업계에서 나온다.
유진기업은 최근 2008년부터 10년 가까이 맡아온 복권수탁사업자의 입찰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고배를 마셨다.
유진기업은 자회사 나눔로또를 통해 매년 안정적으로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큰 편은 아니지만 기획재정부의 복권 판매량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복권사업을 수성하려는 의지가 강했으나 입찰에서 동행컨소시엄에 밀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