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제약업이 시작된 지 120여 년 만에 처음이다.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은 글로벌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낮은 영업이익률과 저조한 신약개발 등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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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 |
유한양행은 19일 기준으로 매출이 1조1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한양행은 창립 88주년 만에 국내 제약기업 최초로 ‘1조 원 매출 클럽’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윤섭 사장은 “유한양행의 성장은 목표를 달성한 지금이 아니라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지금부터 시작되는 현재진행형”이라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9436억 원 매출을 올려 처음으로 업계에서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유한양행은 올해 매출 1조400억 원을 목표로 삼았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의 강력한 영업력을 통해 외형을 키워야 이익도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한양행은 녹십자와 연매출 1조 원을 두고 경쟁했다. 녹십자는 3분기까지 유한양행보다 200억 원 가량 적은 매출 7173억 원을 기록했다. 녹십자는 분기별 매출 구조를 감안하면 1조 원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유한양행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74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성장한 수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조 원 매출 달성은 국내 제약사가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13조 원으로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연매출 1조 원 달성은 글로벌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유한양행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낮고 신약개발이 미흡하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한양행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다국적제약사에 의지하고 있어 이들이 다른 국내 제약사와 손을 잡게 되면 타격을 입게 된다.
유한양행은 다국제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의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와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등 3개 품목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25%에 이른다.
반면 유한양행이 2005년 위궤양치료제로 자체개발한 ‘레바넥스’의 경우 판매가 부진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복제약으로 개발한 고지혈증치료제 ‘아토르바’도 매출 300억 원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유한양행이 향후 신약개발 없이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력관계를 맺은 구조로 매출 1조 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