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현대자동차의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네이버를 제치고 선택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1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네이버와 달리 내비게이션기기를 직접 만들지 않고 음악, 메신저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높아 현대차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으면서 앞으로 현대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을 중심으로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현대차와 자율주행차 협력에서 네이버 앞지른 까닭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는 2월 통합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I’를 기반으로 만든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현대차의 신형 벨로스터에도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i30, i40, 아반떼, 쏘나타 뉴라이즈, 그랜저 등으로 적용범위를 점점 늘리기로 했다.

서버형 음성인식은 내비게이션에 ‘길안내’와 ‘목적지’를 음성으로 말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길을 안내해주는 기술이다. 지난해 7월 현대차 제네시스 G70에 처음으로 적용된 뒤 편리함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체적 협력관계 등을 상세하게 밝히기는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다른 차종에도 카카오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하고 인공지능 관련 제휴를 확대하기 위해 카카오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각각 내비게이션과 지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인공지능 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런데 카카오가 현대자동차와 손을 잡으면서 내비게이션분야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카카오가 직접 내비게이션을 만들지 않으면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 두 회사 협력의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현대엠엔소프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직접 내비게이션을 만드는 네이버와 협력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네이버는 2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기기 ‘어웨이’를 출시했다. 어웨이를 통해 길찾기 뿐아니라 음악과 동영상 감상 등 서비스도 제공한다. 인포테인먼트는 정보(Information)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합친 말로 길찾기를 비롯해 다양한 놀이기능을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카카오의 높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현대차의 구미를 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멜론 등 확고한 국내 1위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음원 재생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고 있는데 멜론 회원 수는 모두 455만 명 수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 지니뮤직, 벅스, 네이버뮤직 등 2~5위 가입자 수를 모두 합쳐도 멜론에 미치지 못한다.  

카카오는 국내 가입자 수 1위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여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최신 검색기록과 장소를 연계해서 더욱 정확한 길 찾기 기능을 내놓고 있다”며 “가령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고 해도 판교역을 찾을 수는 있어도 만족스러운 판교역 맛집을 찾아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내비게이션에 실시간으로 인터넷을 연결해 맛집 등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접목했다. 카카오의 맛집 검색기록 등 데이터가 없이는 제공할 수 없는 기술이다.
 
카카오가 현대차와 자율주행차 협력에서 네이버 앞지른 까닭

▲ 카카오의 음성인식기술을 적용한 내비게이션의 작동원리.


자율주행차 개발의 핵심기술이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좌우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박인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자율주행차 상품성의 핵심 혹은 차별화요인은 물리적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있다”며 “하드웨어 기술은 이미 대형 부품회사와 정보통신회사에 의해 표준화돼가고 있는 만큼 완성차회사들도 소프트웨어 탁월성으로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와 현대차 모두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만큼 앞으로 협력관계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음성인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공개하고 다른 회사와 힘을 합쳐야 성공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것으로 믿고 있다”며 “음성인식, 음성합성 등 인공지능 원천기술 5가지를 모두 보유한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대를 준비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는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지금까지 카카오택시 등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데이터를 쌓아왔다”며 “자율주행 기술에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그동안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