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 회장은 2017년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화S&C를 물적분할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장조사 카드를 빼들었다.
한화S&C는 한화그룹의 지분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 김 회장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12일부터 한화S&C와 에이치솔루션, 한화, 한화건설, 한화에너지, 벨정보 등 한화그룹 6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가 계열사 가운데 한화S&C와 에이치솔루션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S&C는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꾸준하게 주목을 받아왔다.
한화S&C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IT부문과 시스템통합사업을 담당하며 내부거래로 몸집을 빠르게 불렸는데 향후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201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한화S&C의 지분 100%를 나눠 들고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자 한화그룹은 2017년 하반기에 한화S&C의 시스템통합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매각했다. 이로써 한화S&C에 대한 오너일가의 영향력은 유지하면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공정위는 2월 대기업집단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사례를 발표하면서 한화그룹을 모범사례에 올리지 않았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화S&C와 에이치솔루션을 현장조사하기 시작하면서 한화그룹의 선제적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을 유도하고 있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가 물적분할한 뒤 존속법인의 이름을 바꾼 회사로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화S&C의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지만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S&C를 상장하면 한화그룹과 내부거래로 얻은 이익을 일반 주주들과 나누는 효과가 생기는 데다 경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핵심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인 만큼 계열사로부터 받는 일감을 줄이거나 지분을 완전 매각하지 않는 이상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27일 서울시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한화 주주총회에서 한화S&C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편이 경영권 승계와 맞닿은 문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화S&C 문제를 섣불리 해결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2017년 한화S&C를 물적분할하면서 추가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며 “한화S&C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단번에 해결하기 어려워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