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중국을 넘어 인도에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샤오미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 샤오미, 인도 스마트폰시장 장악 넘어 모바일 생태계 구축 넘봐
11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샤오미는 인도에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은 앞으로 5년 동안 인도 스타트업 100곳에 약 10억 달러(1조955억 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뒀다. 투자 분야는 핀테크, 콘텐츠 등 모바일 서비스다.
레이쥔 회장은 “스마트폰 사용 빈도를 늘릴 수 있다면 어떤 어플리케이션이라도 관심을 둘 것”이라며 “이런 회사의 소수 지분을 획득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는 인도에 처음 진출해 인도 모바일 게임회사 모카, 온라인 소액대출회사 크레이지비를 포함한 인도 회사 6곳에 이미 투자했다.
샤오미가 인도에서 투자를 확대하는 데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인도 스마트폰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움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 스마트폰시장은 전통적 강자인 삼성전자와 신흥세력인 중국 샤오미와 오포, 비보가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굳건한 시장 지배자로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샤오미가 공격적 사업전략을 펼치며 삼성전자와 점유율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샤오미는 경쟁회사들과 차별화를 위해 샤오미 스마트폰에 인도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해 인도에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인도 경제매체 라이브민트는 “샤오미는 인도 소비자들에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모바일 서비스를 적용한 스마트폰을 앞세워 제품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라며 “또한 삼성전자와 오프, 비보의 제품과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의 이런 투자 전략은 중국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샤오미 투자는 레이쥔 개인, 캐피탈 자회사 그리고 샤오미 본사를 통해서 이뤄진다. 지금까지 모두 460여 곳에 이르는 인터넷 기술회사에 투자했으며 대부분 중국에 집중돼 있다.
샤오미는 창업 초기 중국에서 저가 위주의 스마트폰과 TV를 판매해 매출은 늘렸지만 수익성을 크게 올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영화나 TV프로그램을 비롯한 콘텐츠 등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쥔 회장은 인도 투자계획을 밝히며 “중국에서 구축했던 성공적 기업환경을 인도에서도 그대로 재현하겠다”며 “우리는 모든 종류의 서비스와 상품을 보유하고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전자회사들에 교훈 남겨
샤오미의 공격적 투자전략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시사점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스마트폰시장에서 하드웨어 성능이 갈수록 상향 평준화에 이르면서 두 회사의 약점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로 경쟁이 옮겨 붙고 있기 때문이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왼쪽)과 황정환 LG전자 MC사업본부장 부사장. |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의 고사양화 경쟁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능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듀얼카메라로 성능 경쟁을 펼쳤다면 이제는 카메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일상생활에서 쇼핑을 돕는다든지 정보를 검색해주는 등 소프트웨어 위주로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
또 완전한 그림으로 이뤄진 문자 ‘애니모지’ 등 콘텐츠도 스마트폰시장에서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X에 애니모지를 처음 도입했으며 삼성전자도 최근 새 스마트폰 ‘갤럭시S9’시리즈에 증강현실 이모지를 적용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이나 가전사업에서 부품 기술력을 주로 내세우며 성장해왔다. 반면 모바일 서비스나 인공지능 기술 등 소프트웨어는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사내 투자조직을 더욱 활발히 가동해 인수합병이나 투자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콘텐츠나 모바일 서비스 등은 범위가 워낙 넓어 자체적
으로 개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딥러닝 등 인공지능은 기업이나 대학, 연구소 등의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이른바 개방형 혁신이 필요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에서 인공지능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국내 전자회사들이 예전처럼 제조력만으로 승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