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자동차 정비 전문가 박병일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박씨가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대차 품질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해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게 현대차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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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1호 자동차 명장' 박병일 카123텍 대표 |
현대차는 잘못된 정보로 ‘현대차 안티팬’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정보를 유포한 개인에 대한 고소를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11일 현대차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19일 박병일씨에 대한 고소장을 서초경찰서에 제출했다. 현대차는 박병일씨가 자동차 명장 지위를 이용해 상습적으로 현대차를 명예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병일씨는 1999년 세계 최초로 자동차 급발진 현상 원인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2002년 고용노동부로부터 ‘자동차정비 명장’으로 선정됐고 2006년 ‘기능 한국인’으로도 뽑혔다.
2011년 자동차분야 정비 분야 등의 기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현재 자동차 정비 전문회사 ‘카123텍’ 대표를 맡으면서 여러 신문과 방송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박병일 “불량식품을 불량하다고 얘기한 것”
현대차는 박씨의 인터뷰 중 5건을 문제 삼았다. 아반떼 엔진룸 누수, 아반떼 에어백 센서 결함, 투싼 ix 에어백 미전개 사망사고, 송파 버스사고,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스타렉스 차량 사고 등이다.
박씨는 올해 초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아반떼 에어백 센서를 집으며 “(방수 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장치들이 문제가 생길 수 있죠. 시동이 꺼지거나 화재의 위험이 있거나…”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박씨가 지목한 아반떼 에어백 센서는 방수처리가 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지난 9월 걸그룹 레이디스코드를 태운 스타렉스가 빗길 고속도로 운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충돌해서 바퀴가 빠졌다는 얘기는 자동차 결함일 확률이 70%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검정 결과 차량 뒷바퀴 빠짐 현상은 사고충격에 의한 것으로 박씨가 언급한 차제 결함은 때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비분야의 전문가라면 정확한 사실이나 과학적 논리에 근거해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박 씨는 꽤 많은 경우 아직 확인되지 않거나 틀린 정보로 일반 대중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며 “한두 번이 아니라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그 의도가 의심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언론과 진행한 모든 인터뷰는 직접 실험을 해 본 뒤 확인을 거쳐 한 것”이라며 “불량식품을 불량하다고 얘기한 것과 마찬가지인데 고소를 한다면 앞으로 차가 고장이 나도 가만히 있으라는 것과 똑같다”고 반박했다.
◆ 현대차, 안티팬 증가 골머리
현대차는 올해 3월 인터넷 아이디 ‘강제지팽’을 고소해 벌금 800만 원 판결을 받아냈다. 이 네티즌은 신형 제네시스 출시 직후 등속 조인트 결함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꾸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벌금 판결을 받았다.
대기업이 회사 제품을 비판한 개인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앞으로도 잘못된 정보로 대중에게 혼선을 야기하거나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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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대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는 데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현대차가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현대차 안티팬’이 늘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과 보증기간에 대한 내수고객 역차별, 연비과장과 누수현상 등에 따른 품질논란 등은 현대차 안티팬을 양산하고 있다. 이들 수요가 수입차 등 다른 브랜드 차량으로 옮겨가면서 현대차의 내수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업계는 진단한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2006년 처음으로 70%를 넘어선 뒤 지난해까지 8년 동안 70% 이상을 유지해 왔다. 올해 들어서도 1~5월까지 70%선을 유지했지만 6월부터 60%대 후반에 머무르면서 올해 연말 70%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안티팬 대응 차원에서 소비자와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지난 7월과 9월 동호회 회원과 블로거를 초청해 제네시스 출동실험과 쏘렌토 엔진룸 누수 실험을 진행해 보였다.
현대차는 또 최근 국내부문의 광고, SNS, 자동차 동호회, 사내방송 등 일반 소비자들과 직원들이 소통하는 채널을 한데 묶어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이라는 조직도 신설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