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무산으로 벼랑 끝에 몰린 팬택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팬택이 다시 투자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생존에 필요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인수 희망자를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
|
|
▲ 이준우 팬택 사장 |
10일 팬택과 매각 주간사인 삼정회계법인에 따르면 팬택은 2차 공개매각을 추진하고 이달 안에 인수의향자를 선정하기로 결정했다.
2차 매각은 1차 매각 때와 마찬가지로 공개매각 방식으로 추진된다. 다만 매각공고를 내기 전에 인수의향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가격 등을 미리 협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준우 팬택 사장은 지난 5일 열린 제1차 관계인집회에서 “회사를 살리고 채권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며 “팬택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국내외 기업과 개별접촉을 통해 투자조건과 구조 등에 대해 신축적 형태로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와 일대일 개별 접촉을 하는 것은 수의계약 방식에 가깝다. 하지만 팬택 입찰이 이미 한 차례 유찰된 만큼 수의계약에 따른 특혜나 헐값매각 논란은 덜할 것이라고 업계는 본다.
재매각에 나선 팬택의 몸값은 1천억 원대 초반으로 예상된다. 삼정회계법인이 법원에 보고한 팬택의 청산가치 1505억 원에서 임직원 임금과 퇴직금 등을 제외한 금액이다.
1차 매각 당시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높은 최저입찰가격과 1조 원에 이르는 부채에 부담을 느껴 본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번 매각 때 팬택 몸값이 탄력적으로 조정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지난 번보다 매각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유력한 인수후보로 인도의 마이크로맥스와 중국의 화웨이, 레노버, 샤오미, ZTE 등이 거명된다. 이 가운데 1차 매각 때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팬택이 올해 안에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할 경우 회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팬택의 현금보유 규모를 고려하면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시간은 내년 1분기까지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는 이동통신 3사가 보유중인 팬택 재고물량을 모두 처분해 유동성이 확보되더라도 길어야 내년 상반기가 한계라고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은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이미 발표된 상황”이라며 “이번에도 새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청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팬택은 새주인을 찾기 전까지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제품 ‘베가 팝업노트’를 30만 원대라는 파격적 가격에 출시하고 기존에 내놨던 ‘베가아이언2’ 출고가도 대폭 내렸다.
임직원들도 팬택 살리기에 동참한 상태다.
과장급 이상 직원은 지난해 8월부터 월급의 10~35%를 회사에 내놨고 이달부터 전 직원이 급여의 20%를 자진반납했다. 9월부터 실시된 ‘자율적 순환 유급휴직제’에 따라 임직원 절반 정도가 휴직에 들어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