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중국 안방보험을 직접경영하기로 하면서 국내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기존 안방보험 출신 경영진의 입지가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영에 안방보험측 인사들이 두 회사의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었지만 안방보험 경영권이 중국 정부로 넘어가면서 거취가 불안해졌다.
 
중국 안방보험 리스크에 동양생명 ABL생명 경영진 입지 불안

▲ (왼쪽부터)뤄젠룽 동양생명 공동대표이사 사장과 구한서 동양생명 공동대표이사 사장, 쑨레이 ABL생명 대표이사 사장.


중국 정부는 안방보험의 보험금 지급능력에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며 안방보험의 경영을 직접 관리하기로 했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와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 은행감독위원회, 증권감독원위회, 국가외환관리국 등 부처 5곳이 경영관리팀을 꾸려 안방보험 살림을 직접 챙기는 방식이다.

중국 보감위는 안방보험의 보험금 지급능력 등에 의문을 품고 있는 만큼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에도 외형성장보다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정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2015년 동양생명을, 2016년에 ABL생명을 각각 인수했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42%, 안방그룹홀딩스가 동양생명 지분 33.3%, ABL생명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중국 보감위가 지난해부터 안방보험의 해외자산을 매각하라고 압박 넣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방보험의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내실을 다지는 방향을 선택하든 지분 매각을 추진하든 이를 주도할 인사들을 내려보낼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뒤 안방그룹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을 주요 경영진에 앉혔다.

뤄젠룽 동양생명 공동대표이사 사장과 쑨레이 ABL생명 사장뿐 아니라 두 회사의 사외이사 대다수가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뒤 선임됐다.

동양생명 이사회는 뤄젠룽, 구한서 공동대표이사 사장과 짱커 부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야오따펑, 푸챵, 리훠이, 김기홍, 하상기, 허연 등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됐다. 이사회 9명 가운데 5명이 안방보험과 인연을 맺고 있는 중국인 사외이사다.

ABL생명 이사회도 순레이 ABL생명 대표를 제외한 8명 모두 안방보험 출신인 중국인이거나 중국계 외국인들도 꾸려졌다.

그동안 안방보험이 뤄젠룽 사장을 중심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통합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 경영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두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해진 셈이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5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추가로 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이 투자계획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안방보험의 지원을 밑바탕으로 저축성보험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전략을 펼쳐왔지만 더 이상 추가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구한서 동양생명 공동대표이사 사장의 거취와 맞물려 두 회사의 경영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