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2-12 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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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계속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고전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은 대우건설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지만 주가가 적정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한다면 매각 일정을 잡기조차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이사(왼쪽),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해외사업과 관련한 시장의 우려 섞인 시선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하반기에 카타르와 모로코 등 해외사업에서 낸 영업손실 규모는 4808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373억 원을 냈는데 이보다 더 많은 손실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해외사업의 손실만 없었더라면 건설업계 최고 수준인 영업이익 1조 원에 근접하는 실적을 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손실을 털어낼 때마다 반복적으로 “앞으로 추가적 손실은 제한적”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대규모 손실이 나오자 대우건설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는 계속 하락해 12일 4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주가가 5천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최근 10년 내 처음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반복해 내지 않을까 의심하는 시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평가1실 수석연구원은 “국내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사업에서 낸 손실은 발주처의 인허가 지연과 자재 인도 지연, 인력과 자재 수급의 어려움 등 외부 요소와 공사수행 과정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하지만 대우건설이 이번에 낸 손실은 대우건설의 귀책 가능성이 높아 대우건설의 공사 수행능력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김기영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도 “대우건설이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을 빈번하게 내는 점은 회사의 원가 관리능력과 해외사업 교섭력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대우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해외 프로젝트를 더욱 면밀하게 검토하고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봤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해외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금액은 약 3300억 원이다.
미청구공사액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가리킨다. 발주처가 건설사의 공정률을 인정하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보통 위험자산으로 분류된다.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아 대금 회수에 실패하면 장부에서 곧바로 손실로 전환된다.
해외 미청구공사액을 매출로 나눈 비중을 따져볼 때 12.4%로 다른 대형건설사들의 일반적 비중인 25%와 비교해 매우 낮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대우건설이 시장의 신뢰를 계속 저버린 탓에 해외사업 관련 불안감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이 주택사업에 강점을 갖추고 있는 점을 감안해 베트남에서 진행하는 신도시 개발사업과 이라크에서 앞으로 진행할 다흐야-알푸르산 신도시사업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해외사업의 부실 앞에서 이런 목소리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점차 회계처리 기준을 보수적으로 잡고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손실이 이해될 법도 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건설이 반복해 빅배스를 하고 있는 점은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는 행위”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싸늘해지면서 대우건설 매각이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대한 빨리 대우건설을 다시 시장에 팔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인수가격과 비교해 36% 넘게 떨어진 현재 주가를 다시 올리지 않으면 헐값매각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어 매각 일정을 잡는데 고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건설업계는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