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내년에 물가상승률이 떨어지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유가하락이 우리경제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업종에 따라 피해도 예상된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전날보다 0.84% 하락한 배럴당 66.81달러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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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이날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런던석유거래소 선물시장에서 0.40% 떨어진 배럴당 69.74달러였다. 브렌트유 가격은 4년6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는 것은 지난달 석유수출기구(OPEC) 12개국이 감산 결정을 내리지 않은데다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판매가격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는 4일 미국과 아시아에 수출하는 원유가격을 미국의 경우 배럴당 0.1~0.9달러, 아시아는 1.0~1.9달러씩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셰일가스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미국과 국제 에너지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격하락을 용인하면서 점유율을 높이려고 하기 때문에 당분간 유가는 하락국면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퍼 매그너스 리스빈 리스타드에너지 연구원은 “올해 중반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유가로 회복하려면 5년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하락 국면이 우리나라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내년 물가상승률이 당초 한국은행이 전망한 2%대에서 1%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과 허진욱 거시경제팀장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물가상승률 전망치 2.4%는 유가를 배럴당 99달러로 가정한 것”이라며 “현재 단가가 70달러로 떨어져 내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로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물가상승률 전망이 낮아짐에 따라 한국은행이 내년 초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유 이사와 허 팀장은 “내수경기 회복 속도가 더디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유가하락으로 항공, 해운, 화학, 요식업종에서 원가절감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보통신업종도 소비증가로 간접적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증권은 그러나 중동지역 건설 발주와 해양플랜트 감소로 건설, 조선, 기계, 정유 등은 부정적 영향을 입을 것으로 봤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0년 동안 국제유가와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을 분석한 결과 전체 상관계수가 0.74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상관계수가 0보다 크다는 것은 유가가 오르면 영업이익도 오르고 유가가 내리면 영업이익도 내려간다는 뜻이다.
국내 상장사 가운데 유가와 영업이익의 상관계수가 0보다 작은 경우, 곧 유가가 내릴 때 영업이익이 오르는 업종은 통신, 건설, 증권, 운송, 유틸리티의 5가지 업종뿐이었다.
유통, 기계, 섬유, 자동차, 소프트웨어 등의 산업은 유가가 오를 때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