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인사, 중공업에 첫 여성 임원  
▲ 하혜승 삼성전자 전무(왼쪽)와 박형윤 삼성중공업 상무 <삼성>

삼성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 여성들의 약진이 이어졌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신경영 선언 직후 입사한 공채 출신 여성임원들이 눈에 띄었다. 승진 연한을 채우지 않고 발탁 승진한 여성임원들도 다수 등장했다.

중공업부문에서도 첫 여성임원이 탄생하면서 ‘금녀의 영역’도 사라졌다.

◆ 여성 승진자 14명, 삼성전자 출신이 과반

삼성그룹은 올해 전무 1명과 상무 13명 등 모두 14명의 여성 임원 승진자가 나왔다고 4일 발표했다.

올해 여성임원 승진자는 지난해 15명보다 소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전체 승진 규모가 같은 기간 476명에서 353명으로 크게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여성 인재를 중시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승진인사로 삼성그룹 전체 여성임원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을 포함해 모두 58명으로 늘어났다. 여성임원은 2011년 25명, 2012년 34명, 2013년 50명 등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여성임원 승진자의 절반이 넘는 8명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하혜승 삼성전자 상무는 14명의 승진자 가운데 유일하게 전무로 승진했다. 하 전무는 미국 휴렛패커드(HP) 출신의 IT 상품전략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프린터사업 관련 주요 고객과 전략적 제휴 및 협업 마케팅을 주도했다.

삼성그룹은 “조직 내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성 인력들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며 “여성 인력들에게 성장비전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여성 공채 임원시대 본격화

신경영 출범 초기(1992~1994년) 대졸 공채로 입사한 여성공채 초기 멤버 3명이 나란히 임원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1993년 업계 최초로 여성 공채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채 출신 여성 임원 4명을 탄생시키며 여성 공채 임원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상무로 승진한 박정선 삼성전자 부장과 박진영 삼성전자 부장, 정연정 삼성SDS 부장은 모두 1994년 공채로 입사한 동기다.

박정선 상무는 경영관리 전문가로 재무시스템 구축과 비용 효율화를 통해 무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박진영 상무는 반도체 설비구매 전문가로 설비 투자비용을 절감하고 설비사양 표준화를 주도해 반도체 사업 일류화에 기여했다.

정연정 상무는 IT시스템 전문가로 고객사 핵심시스템과 재해복구시스템을 적기에 구축해 고객신뢰에 기반한 회사성장에 기여했다.

만 5년의 승진 기본 연한을 채우지 않고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여성 임원도 4명 나왔다. 류수정 삼성전자 부장과 전은환 삼성전자 부장, 안재희 삼성생명 부장, 정원화 제일기획 부장 등이 1년 일찍 승진했다.

◆ 중공업 ‘금녀의 벽’ 허문 박형윤 상무

이번 인사를 통해 전통적으로 남성들의 직장이라고 여겨졌던 조선·중공업 부문에서 최초의 여성 임원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박형윤 삼성중공업 부장으로 입사 후 20여년 만에 '별'을 달았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업체 가운데 여성 임원은 박 상무가 유일하다.

박 상무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3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해 영업관리와 지원, 국제금융 업무를 거쳤다. 그는 2001년부터 조선 영업 현장에서 일했다.

박 상무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영국 런던지점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조선업계 최초의 여성 해외주재원이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그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선박영업 분야에서 파트장으로 일했고 올해 10월 런던지점장으로 발령 받아 다시 런던에서 근무하고 있다.

삼성은 “삼성중공업이 지난 7월 인도 릴라이언스(Reliance)사로부터 초대형 에탄운반선(VLEC) 6척을 7억2천만 달러에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며 “이 과정에서 박 상무가 크게 기여한 점을 고려해 이번에 승진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