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4년 만에 검찰의 칼날 앞에 섰다.
이 회장은 과거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뒤 10년 넘게 몸을 사려왔는데 임대아파트 논란 이후 여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이 회장이 구속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회장은 1일 오전에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1월31일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과 세금탈루 혐의 등을 인정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대답했다.
이 회장은 1월31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저녁에 귀가했는데 검찰은 이날 그를 다시 불러 여러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이 회장이 부인인 나길순씨 명의로 된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운 뒤 부영그룹 계열사 사이의 거래에 끼워 넣어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른바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회삿돈을 빼돌려 한 인척에게 전달한 혐의도 있다. 과거 부영그룹이 횡령사건에 휘말려 이 인척이 유죄를 선고받고 거액의 벌금을 내자 이 회장이 회삿돈을 가로채 벌금을 보전해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회장이 이 인척에게 200억 원대의 퇴직금을 전달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인척을 서류상 임원으로 올려 급여 등을 빼돌리거나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고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정부의 공정거래 감시망을 벗어났다는 의혹도 수사대상이다. 조카가 운영하는 하도급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기 위해 입찰 과정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이 회장의 여러 의혹을 입증할 만한 관계자들의 진술과 증거를 상당부분 확보해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한 것으로 법조계는 바라본다.
이 회장이 구속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은 2004년 이후 14년 만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4년 4월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을 두 번이나 청구한 끝에 이 회장을 구속했다.
당시 검찰은 이 회장이 1996년부터 2001년 사이에 공사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회삿돈 270여 억원을 빼돌려 150여 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관리하고 법인세 74억 원을 포탈했다고 봤다. 봉태열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에게 1억3천만 원을 건네 세무조사를 무마해달라고 청탁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이 부회장은 구속수감 넉 달 만인 2004년 8월에 있었던 1심 재판에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세금포탈 혐의만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20억 원을 받고 풀려났다.
그 뒤 이 회장은 언론노출을 최대한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간이 세금반환소송 등으로 언론에 이름이 노출되기는 했으나 문화재단을 통한 장학사업, 기숙사 기증, 해외학생 장학금 지급, 책 전달사업 등을 홍보하는 데 집중했다.
정부에 밉보이지 않기 위해 기부하는 사업가 이미지를 부각한 것이라고 재계는 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영의 임대아파트사업을 놓고 논란이 커졌고 이에 따라 부영그룹에 정부의 ‘미운털’이 박히면서 이 회장이 점점 코너에 몰리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2016년 4월과 6월에 각각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 회장과 관련 고발을 받았으나 1년반가량 수사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부터 부영의 여러 임대아파트사업에서 부실시공과 임대료 인상 등과 관련해 논란이 일어난 뒤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