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유료방송회사 인수합병은 확정된 것이 없지만 케이블TV와 통신사가 같이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LG유플러스이든 SK텔레콤이든 통신사와 유료방송사가 합병되면 유료방송산업이 육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데 이어 SK텔레콤도 케이블TV회사의 인수합병 필요성을 시사한 것이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올해 상반기에 케이블TV회사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올해 6월 예정대로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효력이 끝나 KT가 규제에서 벗어나기 전에 케이블TV회사 인수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효력 만료가 다가오는데 내부적으로 연장 여부 검토 등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인수합병 판을 만들 수는 없지만 사업자들끼리 진행하는 데 걸림돌은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 역시 이통사의 케이블TV회사 인수합병 경쟁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33%)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KT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0.45%를 차지하고 있어 6월 규제효력이 끝나기 전에는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어렵다.
합산규제가 폐지돼 KT가 케이블TV회사 인수에 뛰어들 경우 경쟁이 치열해지고 인수에 필요한 자금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회사 인수를 되도록 빨리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LG유플러스는 최근 공식적으로 케이블TV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딜라이브에 인수의향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모두 인수합병을 위해 사실상 시동을 건 셈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최근 유료방송사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데 케이블TV회사 인수에도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황창규 KT 회장.
SK텔레콤은 25일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셋톱박스 ‘Btv누구’를 내놨다. 2016년 8월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한 뒤 1년 5개월 만에 셋톱박스 형태로 출시한 것이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12월 인터넷TV(IPTV)에 연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했다.
유료방송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KT는 이미 지난해 1월 인공지능 셋톱박스를 출시해 가입자 50만 명을 넘어섰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회사를 인수할 경우 인공지능 기술을 케이블TV에 확대 적용해 인공지능 생태계를 넓힐 수 있다. 또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 가입자로 전환해 수익성을 높일 수도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케이블TV 가입자가 줄고 있지만 지역방송에 강점이 있는 만큼 지역 사업권이 부족한 IPTV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케이블TV 가입자는 장기적으로 IPTV로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매력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최근 유료방송사업에서 매출이 늘고 있지만 KT와 점유율 격차가 커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각각 13.38%, 10.42%로 KT와 2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난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게 유료방송사업은 인공지능(AI) 등 새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두 회사는 KT에 맞서기 위해 케이블TV회사 인수에 속도를 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