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예정대로 회장 선임절차를 진행해 김 회장의 연임을 사실상 확정했다.
금융감독원이 하나금융에 예정된 지배구조 검사까지 미루며 한걸음 물러나자 하나금융이 금융당국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단독후보 발표를 늦출 수도 있다는 말이 나돌았으나 당초 일정대로 진행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두 달여 동안 줄기차게 김 회장을 압박하는 발언을 쏟아냈음에도 하나금융이 흔들림 없이 회장 인선절차를 밀고 나갔으나 이제는 연임이 일단락지어진 만큼 금융당국과 '앙금'을 푸는 일이 우선순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을 관리, 감독하고 사업을 승인해주는 기관인 만큼 당국과 껄끄러운 관계는 앞으로 경영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금감원이 하나금융의 자회사인 하나금융투자의 대주주 적격성을 문제삼으며 하나UBS자산운용 인수심사를 중단하자 하나금융투자가 준비했던 모든 과정이 중단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이 앞으로 금융당국의 검사와 권고 등을 모두 따르며 ‘3기 경영’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차기 회장 단독후보로 추천된 뒤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당국의 금융혁신 추진방안과 지배구조 관련 정책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최고경영자 승계절차 운영의 투명성 제고, 사외이사 선임 관련 객관성 및 투명성 강화 등을 위해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하나금융에만 따로 예정돼 있는 지배구조 검사를 착실히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22일부터 검사를 받고 있다.
검사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은 금융당국의 재량이다 보니 금감원이 하나금융에 어떤 잣대를 들이댈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3월 주주총회 때 대부분의 사외이사 임기가 종료되는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시선을 고려해 이들을 대거 교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7명의 사외이사들 모두 이번 회장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5년 3월 김 회장이 첫 번째 연임에 성공했을 때에는 하나금융 사외이사를 기존 7명에서 8명으로 늘리고 4명을 교체했다. 이번에는 교체폭이 더 넓어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윤종남 청평 법률사무소 대표, 송기진 대륙아주 법무법인 비상임고문, 김인배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윤성복 전 삼정회계법인 부회장, 양원근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박원구 서울대 공대 글로벌공학센터 특임교수,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등 7명이 하나금융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차은영 교수만 사외이사 임기가 1년 더 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