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맥주 수입이 급증하면서 맥주 무역적자가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넘었다. 올해 미국과 유럽산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가 차례대로 철폐되면서 수입맥주의 공세가 더욱 거세진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롯데주류) 등 국내 주류회사들은 현재 들여와 판매하고 있는 수입맥주의 종류를 늘리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신제품을 내놓으며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이 2016년보다 44.9% 늘어난 2억6309만 달러를 보였다. 맥주 수출액 1억1245만 달러의 2배 수준이다.
맥주 무역적자 규모도 1억5065만 달러로 전년보다 66.1%나 급증했다. 맥주 무역적자 규모가 1억 달러를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입맥주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면서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수입맥주가 큰 인기를 끄는 이유로 세분화된 소비자의 취향을 충족하는 다양성, 브랜드의 힘,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특히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수입맥주를 놓고 치열한 판촉행사를 벌이며 다양한 수입맥주를 4캔에 1만 원가량에 판매하고 있다. 이미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 국내 편의점 3사에서 수입맥주의 판매비중이 국산맥주의 판매비중을 앞질렀다.
올해 수입맥주의 가격이 더욱 낮아지면서 국산맥주가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월부터 미국산 맥주에 대한 수입관세가 철폐됐고 7월부터 EU(유럽연합)산 맥주를 놓고도 관세가 사라진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선보여 성공을 거둔 필라이트처럼 가격 경쟁력을 갖춘 국산맥주들이 속속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필라이트는 기존 국산맥주보다 40%가량 저렴한 가격을 앞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필라이트는 지난해 4월 출시됐는데 출시 6개월 만에 1억 캔((355㎖ 제품 기준)이 넘게 팔렸다.
필라이트는 맥주와 비슷한 맛과 도수를 지니고 있지만 맥아함량이 10%를 넘지 않아 맥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되면서 맥주 세율 72%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3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주류회사들이 수입맥주 라인업을 늘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기린, 싱하, 크로넨버그 1664 블랑, 투이즈 엑스트라드라이, 포엑스골드 등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고 있는데 관세 철폐를 계기로 더욱 다양한 수입맥주를 들여온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주류는 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해 아사히를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2016년 L7, 맥가글스 등을 들여온 데 이어 올해부터 밀러 라이트와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올해 안으로 블루문, 쿠어스 라이트 등의 수입맥주를 들여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비맥주는 모회사인 AB인베브를 통해 20여 종에 이르는 수입맥주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데 추가로 라인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