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시작한 것인가?
1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주주 추천의 사외이사 선임을 도입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작업의 시발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현대차그룹은 기존에 계열사 투명경영위원회 사외이사 가운데 내부투표로 주주 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선임하던 데서 일반 주주들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주주 권익보호 담당 사외이사를 뽑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옛 한국전력 부지 고가인수 논란을 일으킨 뒤부터 주요 계열사에 투명경영위원회 설치를 확대하고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에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제도도 내놓은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를 개편하라는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이번 새 사외이사 선임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 전까지 재벌기업에 자발적 개혁을 주문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그 전까지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일감 몰아주기와 순환출자를 해소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를 지주회사로 전환해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여러 계열사의 주주들에게 동의를 구해야하는 만큼 새 사외이사 선임 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 개편의 정지작업을 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연말에도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정부의 양보를 바라고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은 애초 지난해 12월을 재벌기업의 자발적 개혁 시한으로 못 박았지만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와 관련해 어떠한 계획도 발표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해가 바뀌자 새로운 개혁 시한을 제시하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시간을 더 벌게 된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올해 들어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정부 정책기조에 발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어 정부도 현대차그룹의 사정을 감안해줄 여지가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7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향후 5년 동안 차량 전동화, 스마트카, 로봇, 인공지능, 미래 에너지, 스타트업 등 5개 분야에 모두 23조 원을 투자하고 4만5천 명의 관련 인력을 채용하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순환출자 문제는 물론 정 부회장의 승계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