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스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고집하기보다 다른 지역에 LNG발전소를 짓는 편이 정부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추고 중장기적 수익성도 더 좋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이재훈 SK가스 사장.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8일 “SK가스 등 사업자가 당진에 지으려던 석탄화력발전소를 LNG발전소로 전환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울산과 음성에 LNG, LPG발전소를 짓는 안을 요청했다”며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 소위원회에서 논의해 사업자의 제안이 타당하다고 결정내렸다”고 말했다.
SK가스는 당진에 에코파워라는 이름으로 1.16GW(기가와트)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으려고 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협조를 얻지 못해 사업은 10개월 가까이 표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공약에 따라 SK가스의 석탄화력발전소인 당진에코파워 건설도 원점에서 재검토됐다”며 “SK가스 등 사업자와 당진에코파워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고 말했다.
SK가스는 결국 당진에코파워를 당진법인과 음성법인, 울산법인으로 분할하고 음성에 1GW 규모의 LNG발전소, 울산에 1GW 규모의 LNG.LPG 복합발전소로 짓기로 결정했다.
음성에 건설되는 LNG발전소는 한국동서발전이, 울산에 들어서는 LNG·LPG발전소는 SK가스가 운영한다. 당진에코파워 지분을 SK가스가 51%, 한국동서발전이 34%, KDB산업은행이 15% 보유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SK가스는 음성법인 지분 34%를 한국동서발전에 팔고 한국동서발전은 울산법인 지분 51%를 SK가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SK가스 관계자는 “울산에는 SK가스의 LPG저장기지가 있는 데다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등이 있어서 성장성이 좋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에 부정적 정책을 펴고 있는 데 따른 불확실성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가스는 LPG수입판매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 울산에 27만 톤 규모의 LPG저장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울산 LPG저장기지에서 곧바로 LPG를 도입해 발전소에 공급하면 LPG 저장과 운송에 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력 소비처와도 가까워 사업성이 좋을 것으로 SK가스는 기대한다.
SK가스는 울산에 세울 발전소를 LNG와 LPG 둘다 연료로 쓸 수 있도록 건설하고 상황에 따라 수익성 좋은 연료를 사용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 SK가스의 당진에코파워 조감도.
SK가스가 울산에 LNG와 LPG발전소를 세우면서 발전소 건설계획 변경에 따른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게 된 셈이다.
SK가스 관계자는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를 LNG와 LPG발전소로 바꿔 건설하면 이미 투자됐던 비용들이 있어 SK가스와 한국동서발전, KDB산업은행 등 주주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울산과 음성에 건설될 발전소의 발전용량을 기존보다 2배 가까이 확대해준 것은 정부가 이런 손실을 고려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SK가스 등은 당진에코파워 사업을 진행하면서 약 4천억 원의 비용을 들였다.
다만 SK가스가 당진에 발전소를 짓기 위해 마련해둔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고민거리일 것으로 보인다.
SK가스 관계자는 “당진법인은 당진에코파워 발전소부지로 마련해뒀던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남겨둔 법인”이라며 “이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원점에서부터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