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1-14 08:38:09
확대축소
공유하기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합병될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나오는 반면 이 두 회사가 몸집을 줄여 독자생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망하는 시선도 있다.
▲ 오은상 성동조선해양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왼쪽), 최한일 생산관련부문 부사장.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올해 1분기 안에 발표할 조선업 혁신성장 방안에서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처리 방침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올해 1분기 안에 조선업 혁신성방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조만간 발표될 수 있다는 말은 지난해 말부터 계속 제기됐지만 올해 1분기에 들어서야 마침내 공식화하는 것이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진행된 실사에서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해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 방안을 서둘러 발표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살릴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방문한 자리에서 “금융논리뿐 아니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산업적 측면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발언이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생존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말이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합병될 수 있다는 시선이 계속 나오지만 두 회사는 여기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합병설은 2014년부터 제기됐지만 두 회사의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이 공식적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2014년에는 성동조선해양이 STX조선해양보다 부실 규모가 작아 수출입은행이 두 조선사 합병에 부정적이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역전돼 STX조선해양의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합병에 미온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합병설은 과거부터 꾸준히 나온 사골같은 얘기”라며 “성동조선해양은 도크가 크고 STX조선해양은 기술력이 있어 합병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실상 주력 선종도 비슷하고 각 조선사의 선박 건조 시스템도 워낙 달라 내부적으로 합병 시너지가 없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감원 등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면서 독자생존하게 될 수도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전 세계 발주량이 올해 2780만CGT(가치환산톤수), 2019년 3220만CGT, 2020년 3470만CGT 등 향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바라봤다.
조선업황이 2016년 바닥을 찍고 회복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인데 이 경우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의 생존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다만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 조선사가 낮은 인건비를 앞세워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는 만큼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견 조선사가 해외 조선사보다 어떤 경쟁력이 있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회사 규모를 줄이면 업황 변동에 대비하기 수월하겠지만 정부가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을 장기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단계를 밟은 것인지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