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3700억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기로 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부채비율을 낮추는 대신 경영권 일부를 내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 보통주 환산할 경우 전체 지분의 10% 해당

2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25일 373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안을 확정했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채권처럼 만기 때 상환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분류되지만 회사가 상환권을 가지면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채비율 줄이기에 총력  
▲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
이번에 발행하는 상환전환우선주에 산업은행이 투자자를 모집해 결성한 KDB트리니티DHIC사모펀드가 3380억 원, 미국 자산운용사 웰링턴이 운용하는 제이카이드파트너스를 포함한 6인이 350억 원을 투자한다. 두산그룹 계열사 일부도 출자자로 참여한다.

두산중공업이 발행할 상환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 환산할 경우 전체 지분의 10%를 넘는다. 또 연간 우선배당 3.3%에 5년 만기 때 연 5.48%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증권 전문가들은 두산중공업의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RCPS 발행 조건은 기존에 예상됐던 것보다 24% 가량 높은 수준에서 발행가격이 결정됐다"며 "예상했던 규모의 자금을 더욱 적은 수의 주식을 발행해 조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주 인수 투자사, 두산중공업 공동경영권 확보할 수도

두산중공업이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 환산할 경우 전체 지분의 10%가 넘고 발행규모도 기존 발행주식의 10%를 초과하기 때문에 의결권과 종류주주총회 개최 권한이 부여된다.

종류주주총회는 주식회사가 여러 종류의 주식을 발행한 상태에서 정관이 변경돼 특정종류의 주주가 손해를 입을 경우 여는 회의를 말한다.

KDB트리니티DHIC사모펀드와 미국계 자문 운용사인 제이카이드파트너스가 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한 만큼 이들은 두산중공업의 지분 12.43%를 지닌 주주로서 의결권과 종류주주총회를 열 권한을 갖는다.

두 회사는 최대주주인 두산의 지분률 40%에 못 미치나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주주가 된다. 두 회사가 사실상 두산중공업의 공동경영권을 갖게 되는 셈이다.

두 회사는 발행조건이 좋아 두산중공업의 상환전환우선주를 흔쾌히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대주주이자 700조 원 이상의 자금을 운용하는 글로벌 운용사 웰링턴매니지먼트가 발행 조건을 본 뒤 흔쾌히 투자를 결정했다”며 “수수료 등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연 5.0% 안팎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 1년 이자비용, 영업이익 절반과 맞먹어

두산중공업이 투자자들에게 공동경영권까지 부여하면서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한 것은 그만큼 재무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두산중공업은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함으로써 부채비율(연결기준)을 250%대로 줄일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올 3분기 부채비율(연결기준)은 271%에 이른다. 이번에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으로 부채비율은 14~15%포인트 가량 줄어든다.

두산중공업의 금융부채(연결기준)는 16조6469억 원이다. 특히 이 가운데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 금융부채는 무려 9조7163억 원이다. 1년 이자비용만 4376억 원으로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과 맞먹는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수주잔고는 2011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글로벌 발전플랜트 시장의 위축이 주된 요인이다.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신용등급이 추가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원전사업 등을 수주하는 데 불리해 진다. 현재 한국기업평가의 두산중공업 신용등급은 A+(부정적 전망)다.

업계에 따르면 각종 수주경쟁에서 회사의 기술력이나 수주가격 외에도 지원 입찰자의 재무적 부분도 평가대상에 간접적으로 포함된다. 부채비율을 낮추면 원전 수주경쟁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우선주 발행에 연말 각종 사업 수주대금까지 들어오면 재무구조가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우선주 발행으로 경영권에 일부 영향을 받게 됐지만 자금조달을 위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배당률은 첫 5년 동안 연 3.3%(6년차부터 상향 가능)로 회사채나 금융권 차입보다 조건이 훨씬 좋다. 발행가격도 시가보다 9% 할증해 회사에 유리한 것으로 분석된다.[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