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조사결과 자원외교 등 대규모 사업을 진행한 공공기관의 기록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구속으로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외교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행안부의 조사결과가 촉매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나온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9일 국가적 보존가치가 높은 주요정책이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국책사업과 관련한 기록물을 대상으로 실태를 점검한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자원외교, 4대강사업 등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업을 진행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록물 관리실태를 조사했는데 관련 기록물을 누락하고 무단 파기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국가기록원은 이번 지적사항과 관련해 감독기관에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는데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 자원외교와 관련한 진실규명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나온다.
특히 자원외교의 경우 최근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구속으로 검찰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이번 행안부 조사결과가 촉매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한국석유공사 노조는 5일 ‘MB정부 해외자원비리 청폐청산도 시작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실세였던 최경환 의원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 해외자원비리의 적폐청산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최 의원은 이명박 정권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일하며 석유공사 등 자원공기업의 해외자원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라며 “최 의원의 구속은 단지 국정원 특수활동비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라 당시 해외자원비리의 문제를 밝히는 시작이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2009년 석유공사가 캐나다의 하베스트를 인수하는 과정에 최 의원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 국가기록원의 지적사항에는 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 관련사안도 들어있다.
국가기록원은 “석유공사는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관련 내용을 2009년 10월 리스크관리워원회에 상정했으나 부의안건을 기록물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09년 10월8일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해외 석유회사 자산인수(안)’을 의결하고 10월26일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 인수금액을 28억5천만 캐나다달러에서 40억7천만 캐나다달러로 변경·재심의했지만 관련 안건을 기록물로 남기지 않았다.
20일 사이 사업규모가 1조 원가량이 더 커지는데도 이와 관련한 근거를 남기지 않은 것으로 국가기록원의 요청에 따라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 등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도 있다.
▲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공공기관의 기록물 무단폐기 의혹 사진. <국가기록원> |
현재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탓에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한 자원공기업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3곳인데 국가기록원 조사결과 3곳 모두 당시 기록물 보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는 해외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다수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었지만 1~14회, 18~21회의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고 광물자원공사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69번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었지만 이 가운데 20%의 회의록을 분실했다고 인정했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를 중심으로 수십조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이 이뤄졌지만 핵심 관계자 조사가 불발되고 ‘자원외교 성과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방어논리 등에 막혀 한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13조 원대의 손실을 낸 것으로 확정됐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광물자원공사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해 부도위기에 놓인 점도 자원외교와 관련한 조사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질 가능성을 높인다.
광물자원공사의 부도가 현실화할 경우 회사채의 지급보증을 선 정부의 예산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자원외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