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삼성물산 새 대표이사 사장이 건설사업의 지휘봉을 잡았다.

삼성물산이 그동안 건설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왔다는 점과 이 사장의 이력 등을 감안할 때 건설사업을 확장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의 삼성' 걸어온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맡아 내실 다진다

▲ 이영호 삼성물산 새 대표이사 사장.


삼성물산 관계자는 9일 “이 사장은 삼성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핵심 업무를 맡았다”며 “삼성물산에서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는 등 역량있고 검증된 인물이라 건설부문 대표를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여러 계열사의 사장단 인사를 실시하면서 60대 이상의 대표들을 모두 50대로 교체했는데 삼성물산에서도 이 기조가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1959년 9월 태어나 올해 만 58세다. 전임 건설부문 대표이사였던 최치훈 사장은 1957년생으로 올해 만 60세다.

이 사장은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건설부문 대표이사에 올라 공식 임기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이 그동안 삼성그룹에서 맡아온 업무들을 살펴볼 때 앞으로 삼성물산 건설사업을 안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5년 삼성전관(현 삼성SDI)에 입사했다. 상무때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실에서 일했으며 2010년에는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 전무도 맡았다.

2012년 삼성물산으로 이동해 건설부문 경영지원실장 부사장을 맡다가 2015년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까지 겸임하고 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IR팀을 진두지휘해 합병을 성사한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삼성그룹의 각 계열사에서 경영지원 업무를 모두 거친 셈인데 앞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로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 기존에 수주해놓은 일감을 사업화하는 데 주력하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물산은 최근 2년 동안 국내 주택사업에 매우 소극적 모습을 보였다. 2015년 말에 서울시 강남구 서초무지개아파트 수주전에 참여한 것이 주택사업에서 보인 마지막 행보다.

삼성물산은 그동안 주택사업에서 수주한 일감이 많아 물량을 털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경기에 민감한 사업이라 실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관리의 삼성' 걸어온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맡아 내실 다진다

▲ 삼성물산 아파트브랜드 '래미안'.


이 사장도 국내 부동산시장의 둔화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무리하게 주택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다섯 차례에 걸쳐 부동산관련 정책들을 쏟아냈다. 이 정책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데 이에 따라 2014년부터 호황을 탔던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택사업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분양시장의 경우 금융규제 강화와 분양권 거래 제한 등의 여파로 예전만큼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낮아 사업 위험도가 커질 수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택부문 수주잔고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0조6540억 원이다. 주택사업에서 한 해 2조 원가량의 매출을 낸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으로 5년치 일감을 확보해놓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사업의 안정적 관리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2016년부터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베트남, 홍콩 등 아시아권에서 일감을 확보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주텃밭으로 불린 중동의 경우 유가에 따라 건설환경이 변하는 데다 발주처의 요구도 까다로워 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장기적으로 캐나다와 영국, 호주 등 선진시장에서 일감을 따내겠다는 목표도 세워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