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과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새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건강관리(헬스케어) 서비스를 활용한 새 보험상품을 내놓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생명보험사 건강관리 보험상품 준비, 의료법과 충돌 가능성은 부담

▲ (왼쪽부터)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대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미래에셋생명도 상반기에 PCA생명과 통합을 마무리한 뒤 건강관리 서비스를 활용한 건강증진보험 신상품을 내놓는다.

건강증진보험이란 보험계약을 맺은 고객이 일정기준 이상 신체활동을 하거나 금연 등 건강관리활동을 해 맥박 등 건강 관련 수치를 개선시키면 보험사가 보험료할인 또는 환급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보험고객이 건강하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점에 착안한 새로운 형태의 보험상품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국내 보험사들은 새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NH농협생명은 KT와 손잡고 착용형(웨어러블)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보험가입자의 건강증진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줄인 보험금 일부를 고객들에게 돌려주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디지털신사업팀을 신설해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자동청구시스템을 마련하고 있고 미래에셋생명은 사전 예방활동뿐 아니라 실시간 건강상태를 반영하는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미국과 영국, 중국 등 해외에서 인슈어테크를 향한 관심과 투자가 먼저 이뤄진 만큼 국내에서 건강관리 서비스는 주로 AIA생명과 라이나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회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슈어테크란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용어로 보험관련 핀테크를 뜻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인슈어테크 관련 지분투자의 75%가 미국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중심지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인슈어테크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사실상 이제 갓 건강관리 서비스분야에서 걸음마를 뗀 수준인 셈이다.

다만 큰 틀의 가이드라인은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보험사의 건강관리 서비스가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의료법상 의료인만 ‘의료행위’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대법원이나 보건복지부가 의료행위의 범위를 상당히 넓게 인정하고 있다.

보험사가 여러 경로를 통해 고객의 건강정보를 수집하더라도 자체적으로 그 수치를 해석하거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것이다. 고객의 건강정보를 의료기관에게 제공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어긋날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보험상품을 통한 건강생활서비스를 의료행위가 아닌 보험계약을 이행하는 것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줘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건강관리 서비스에 시동을 걸었지만 현재 규제상태에서 생명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건강관리사업을 확대하거나 새 시장을 개척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박소정 박지윤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슈어테크 관련 규제는 소비자보호에 느슨하지 않으면서도 국내기업들이 변화의 흐름에 뒤쳐져 금융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변화와 혼란의 시대에 규제와 법 체제 정비가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