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호텔롯데 상장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개편의 핵심으로 꼽히지만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최근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상장을 추진할 동력을 찾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잠시 접어두고 롯데지주를 통해 호텔롯데 아래에 있는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직접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의 상장 시기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는 3일 ‘2018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호텔롯데의 상장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음으로는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데 실적이 좋아야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며 “투자자들의 기대가치를 높여야하니 빨리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하다.
호텔롯데는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등 롯데지주 밖에 있는 롯데그룹 주력계열사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 광윤사를 비롯해 일본계 회사들의 지분율이 98%를 넘는다.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일본주주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롯데지주와 합병하기 위한 가치 산정이나 자금 확보를 위해서도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한다.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투자회사를 롯데지주와 합병할 가능성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롯데지주의 최대주주인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아래 있는 계열사에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부사장)은 지난해 롯데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우선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그 다음에 지주사와 합병이든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텔롯데 실적이 악화되면서 롯데그룹은 상장을 추진할 시기를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지난해 6월 호텔롯데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린 지 6개월 만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호텔롯데의 주력사업인 호텔과 면세점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대규모 투자부담과 현금창출력 축소 등으로 재무 안정성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호텔롯데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영업손실 653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호텔롯데는 호텔과 면세점사업에서 해외시장 확대에 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호텔사업의 특성상 초기 투자비용이 워낙 많고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높아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해외에 낸 면세점 역시 아직 개장 초기 단계로 적자를 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무리해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력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가 직접 확보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롯데지주가 공정거래법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통해 롯데케미칼 등 롯데지주 밖에 있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78%와 롯데캐피탈 지분 25.64%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롯데지알에스, 대홍기획, 롯데상사, 한국후지필름도 롯데지주에 합병되기 전에 보유 중이던 롯데캐피탈과 롯데손해보험 주식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에 블록딜 방식을 통해 매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