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을 앞둔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대주주들과 우호관계를 다지고 있다. 포스코가 주인없는 회사인 만큼 대주주를 상대로 포스코의 혁신작업을 설명하고 우호관계를 통해 ‘회장 리더십’을 더욱 굳건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주가를 방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권오준의 포스코 ‘대주주’ 구애작전  
▲ 권오준 포스코 회장 내정자

권 내정자는 얼마 전 국민연금을 방문했다. 국민연금은 포스코 지분 7.5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권 내정자는 국민연금을 방문해 포스코의 개혁방향을 설명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 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역할을 다 할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권 내정자의 방문에 대해 “국내 대기업이 국민연금을 직접 찾는 것은 굉장히 드물다”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면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경영 최전선에서 국민연금과 소통을 강화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민연금 방문에 앞서 권 내정자는 2대주주인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과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버핏 회장은 포스코 지분 4.53%를 보유하고 있다. 권 내정자는 버핏 회장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포스코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지속적 관심을 부탁했다. 버핏 회장도 이틀 만에 답장을 보내 권 내정자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내정자가 다음달 14일 공식 취임을 앞두고 1, 2대주주와 우호 관계를 쌓는 이유는 분명하다. 오너가 없는 포스코에서 지원군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7일 열린 만도 주주총회에서 신사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주요주주로 있는 기업들에겐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권 내정자는 포스코 개혁을 내세우면서 대규모의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김지일 포스코컴텍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부사장, 윤동준 포스코 전무 등 3명을 신임 이사 후보로 내세웠다. 권 내정자와 3명의 신임 이사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는다.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굳건히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권 내정자가 국민연금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한다면 향후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되는 셈이다.


권 내정자가 대주주 챙기기에 나선 데에는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포스코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포스코 주가는 연초 32만6500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후 연이어 하락세를 보이면서 7일 장중 27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급기야 네이버에 시가총액 5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삼성전자에도 추월당해 현재 7위로 추락했다. 권 내정자 비롯 포스코 임원들은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가방어에 애를 쓰고 있다. 권 내정자는 지난달 18일 250주를 주당 29만3500원에 장내매수했다.


한때 포스코의 실적악화로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버핏이 권 내정자의 메일 서신에 화답하면서 일단은 안심할 수 있게 됐다. 과거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매입하거나 포스코에 대해 긍정적 발언을 할 때면 주가가 올랐던 적이 있다. 그만큼 증시에서 버핏의 위력은 막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