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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
삼성전자가 다음달 사장단 인사와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IT모바일(IM)과 소비자가전(CE), 부품(DS)으로 나뉜 현재의 사업조직을 IM과 CE를 통합한 완제품 부문과 부품 부문의 양대 체제로 재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웨어러블과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사업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지목된다. 그런데 사물인터넷사업을 본격 추진하려면 모바일과 가전 사이의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조직개편을 통해 실적부진에 빠져있는 삼성전자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자연스럽게 임원 감소를 꾀할 수도 있다고 업계는 본다.
◆ 3개 사업조직이 낳은 빛과 그림자
삼성전자는 2년 전인 2012년 12월 사업부문을 2개에서 3개로 나누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조직개편으로 완제품을 담당하던 DMC 부문이 사라졌고 대신 그 아래 있던 IM담당과 CE담당이 각각 부문으로 격상됐다.
조직개편 뒤 삼성전자는 권오현 DS부문 부회장과 신종균 IM부문 사장, 윤부근 CE부문 사장의 ‘3톱 체제’로 재편됐다. 그뒤 지난해 3월 신종균, 윤부근 사장이 모두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삼성전자는 3인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돼 독립성을 강화했다.
삼성전자가 3대 부문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던 이유는 스마트폰시장이 급격히 성장함에 따라 모바일 관련 사업을 따로 분리해 운영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2009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몰고 온 스마트폰 열풍의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하지만 곧바로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빠른 속도로 세계 스마트폰시장을 점령해 갔다.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2009년 2.8%에서 지난해 32.9%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IM부문의 위상도 계속 높아졌다.
IM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0년까지 4조 원 대에 머물렀지만 2011년 8조 원 대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2012년과 지난해의 경우 각각 19조4천억 원과 25조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삼성전자의 확실한 간판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력이었던 ‘하드웨어 우위’가 사라졌다. 샤오미와 레노버,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이 삼성전자 프리미엄 제품과 비슷한 성능의 제품을 더 싼 가격에 내놓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 IM부문의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2분기 4조 원대로 떨어진 IM부문의 영업이익은 3분기 1조7500억 원까지 추락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지난달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업체간 차별화가 줄어들면서 삼성전자만의 프리미엄이 줄어들고 가격 중심으로 경쟁양상이 변화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시장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사물인터넷 대비하려면 장벽 제거해야
삼성전자는 메탈 소재를 적용한 ‘갤럭시A’ 등 새로운 중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워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실지를 회복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렇지만 삼성전자가 중국업체와 가격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명진 전무는 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저가제품은 가격이 중요한데 당장은 중국업체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원가절감에 집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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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 사장 |
삼성전자는 현재 직면한 모바일사업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내비쳤다. 스마트폰에만 기대는 현 사업구조로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해답으로 제시한 것은 사물인터넷이다. 이 전무는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모바일시장은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며 “변화된 환경에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앞으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가장 핵심적 가치는 융합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신사업에서 주도권을 차지하려면 모바일과 가전의 유기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완제품 부문을 계속 모바일과 가전 두 개로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물인터넷 시대에 대응하려면 모바일과 가전 부문 사이의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9월 무선사업부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500여 명을 소프트웨어센터와 네트워크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등으로 재배치하며 조직개편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외 사업조직도 속속 개편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이종석 삼성전자 북미 총괄 부사장 주도로 모바일 부문과 생활가전 부문을 통합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24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완제품과 부품 두 개 부문으로 개편될 경우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사장의 투톱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