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초대형 투자금융회사의 핵심 자금조달 수단인 발행어음사업에 필요한 단기금융업 인가를 이른 시일 안에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현대증권 시절의 불법 자전거래로 중징계를 받았던 사실이 단기금융업 인가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 (왼쪽부터) 윤경은 전병조 KB증권 각자대표 사장. |
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위 내부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는 10일 올해 첫 회의에서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다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단기금융업은 발행어음처럼 만기 1년 안의 어음 등을 발행하는 데 필요한 인가로 금융감독원의 심사를 거쳐 증권선물위에서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증권선물위는 지난해 12월13일 회의에서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 금감원은 KB증권의 단기금융업 인가와 관련된 심사를 진행한 결과 ‘불승인’ 의견을 증권선물위 회의에 냈다.
증권선물위는 금감원의 의견을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되지만 금감원이 현장실사와 심사를 담당한 만큼 단기금융업의 인가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불승인 의견을 낸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KB증권의 전신인 현대증권이 2016년 6월 초에 불법 자전거래로 중징계를 받은 사실이 유력한 이유로 추정된다.
자전거래는 증권회사에서 같은 주식을 동일한 가격에 똑같은 수량으로 사고파는 주문을 해 매매거래를 체결하는 방식이다. 한국거래소에 신고하지 않은 자전거래는 위법행위로 처리된다.
현대증권은 2010~2014년 동안 불법으로 대규모 자전거래를 했던 사실이 적발돼 랩어카운트(자산종합관리계좌) 업무 일부중지 1개월과 2억8750만 원 규모의 과태료 징계를 받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업무 일부중지 제재를 받으면 그때부터 2년 동안 신규사업 인가를 받을 수 없다.
KB증권이 이를 감안해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을 일단 철회한 뒤 신규사업 인가를 받을 수 있는 6월 이후에 다시 시도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되면 KB증권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사업을 시작했을 때 시장에 먼저 뛰어든 다른 초대형 투자금융회사들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초대형 투자금융(IB)회사 5곳 가운데 유일하게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퍼스트 발행어음’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출시된 지 이틀 만에 5천억 원 규모가 팔렸다.
NH투자증권도 조만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걸림돌로 꼽혔던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수사가 최근 검찰에서 혐의없음으로 처리됐다.
KB증권 관계자는 “발행어음 관련 부서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