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항공기 내부를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다.

대한항공의 항공기 지상조업을 맡고 있는 한국공항은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기 청소노동자들, 처우개선 요구하며 30일부터 파업

▲ 한국공항의 항공기지상조업 모습.


29일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는 30일부터 파업한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한국공항 하청회사인 이케이맨파워 소속 노동자들이 4월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한 뒤 설립한 단체다. EK맨파워 직원 380명 가운데 240명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한국공항은 항공기가 계류장에 머무르는 동안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제반 지원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항공기 지상조업회사다. 대한항공이 지분 59.5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한항공은 한국공항에 항공기지상조업을 맡기고 있으며 한국공항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의 항공기 내부청소를 인력파견업체인 이케이맨파워에 도급을 주고 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는 “민간항공사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존중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차별과 멸시를 깨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선다”고 말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는 체불임금을 지급할 것과 근무조건을 개선할 것 등을 이케이맨파워에 요구했다.

정찬무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국장은 29일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게 최우선 요구사항”이라며 “노조사무실 제공 등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는 “이케이맨파워는 최근 4년 동안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기존 수당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기본급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했다”며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꾀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케이맨파워에 소속해 대한항공 항공기 내부를 청소하는 직원은 380명인데 이들이 하루 130여 편의 항공기를 청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는 하루 12시간 근무하면서 매일 추가 연장근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한 달 평균 연장근무시간이 70~80여 시간에 이르고 2주 동안 제대로 쉬는 기간은 3일도 되지 않는다”며 “비행기가 연착할 경우 무한정 대기하며 24시간 근무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는 “다단계 하청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자아내고 있는 만큼 최상위 원청회사인 대한항공과 직접 원청회사인 한국공항 책임도 무겁다”며 “대한항공과 한국공항은 이케이맨파워를 관리감독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해왔다”고 덧붙였다.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는 30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기로 했다.

정 조직쟁의국장은 “회사에서 파업불참시 임금을 더 주겠다는 공고를 냈는데 쟁의방해행위에 대응해 이미 일부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며 “파업 기한은 정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 비정규직노조의 파업으로 한국공항은 지상조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한국공항 관계자는 “관리직 직원들을 투입하는 등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준비해놓고 있다”며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