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이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인 GDDR6 규격 D램의 대량양산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 엔비디아와 AMD 등 고객사에 본격적으로 공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분야의 핵심으로 꼽히는 차세대 메모리를 놓고 주요 경쟁사인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27일 전자전문매체 WCCF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내년 초부터 GDDR6 D램의 대량양산과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계획보다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이미 고객사 승인과 공급계약도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GDDR은 현재 PC와 스마트폰에 널리 사용되는 DDR방식 D램보다 구동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그래픽카드 전용 메모리반도체 규격이다.
그래픽카드 적용분야가 가상화폐 채굴장치와 인공지능 서버, 자율주행차 시스템 등으로 확대되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올해 상반기에 GDDR6 D램 기술개발을 마무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대량양산 시기는 발표하지 않았다. 마이크론이 상용화 목표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 그래픽반도체시장은 미국 엔비디아와 AMD가 양분하고 있어 메모리 전문업체들의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고객사와 일찍 공급계약을 맺어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그래픽반도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고성능 그래픽카드에는 이전부터 꾸준히 GDDR5X 등 마이크론이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를 적용해왔다.
마이크론이 이번에 GDDR6 신제품의 상용화와 대량양산 계획을 자신있게 내놓은 것도 이미 엔비디아 등 주요고객사와 공급계약 체결을 성공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크론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의 GDDR6규격 D램이 업계에서 가장 앞선 성능이라고 자신한다”며 “그래픽 메모리분야에서 리더십을 더 강화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특정 제품의 대량양산 계획은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도입한 10나노 2세대 신규공정으로 GDDR6 D램을 생산할 계획을 내놓은 만큼 공정전환 투자가 마무리될 때까지 대량양산체제를 갖추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래픽 반도체 고객사를 선점하지 못해도 시장확대를 노릴 기회는 충분하다. 인텔과 구글 등으로 차세대 메모리의 신규 수요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 미국 마이크론의 GDDR규격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
인텔과 구글은 자체 인공지능 서버와 자율주행반도체 개발에 나서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차세대 D램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이들과 공급계약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이 개발을 사실상 포기한 HBM(고대역) 방식의 D램 기술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차세대 메모리분야에서 성장전망이 밝은 배경으로 꼽힌다.
GDDR과 HBM 규격은 완전히 다른 설계방식을 적용하지만 모두 기존 D램보다 성능을 대폭 높일 수 있고 적용분야도 거의 같다. 다만 HBM 방식은 아직 생산원가가 비교적 높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DDR6과 HBM 규격 D램 개발에 모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마이크론에 맞서고 있다. 생산원가와 성능경쟁력을 충분히 갖춘다면 승산을 노릴 수 있다.
전자전문매체 익스트림테크는 “엔비디아와 AMD가 차기 그래픽카드의 메모리 규격을 언제 결정할지 불확실하다”며 “그동안 초고가 그래픽카드에만 사용하던 HBM규격 D램을 내년부터 주력상품에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