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부산 다대포공장과 인천 북항배후부지 등 자산 매각작업에서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수빅조선소가 수년째 적자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등 본업인 조선업에서 부진해 경영 정상화까지 갈 길이 만만치 않다.
▲ 이윤희 한진중공업 조선·건설부문 통합 대표이사 사장. |
26일 한진중공업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이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약 7500억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했다. 이는 자구계획안에 따른 올해 자산과 지분매각 계획 1조1082억 원의 67.7%에 이른다.
한진중공업은 인천광역시와 협력해 북항 배후부지 90만㎡를 매각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부동산을 매각하고 나면 약 1조 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한진중공업은 기대한다.
한진중공업이 지난해에도 자산을 팔아 수천억 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진중공업이 자산 매각작업에서 순항하고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5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25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2018년 말까지 1조9791억 원 규모의 부동산과 에너지 발전계열사 등을 매각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로 약속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진중공업이 인천북항 부지와 다대포공장 부지를 순조롭게 매각함으로써 재무구조 관련 위험성을 낮추고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이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느냐 여부는 수빅조선소 회복에 달려 있어 경영 정상화까지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중공업은 영도조선소를 특수선(방산) 전문조선소로 만들고 상선 등 조선사업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만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수빅조선소는 조선업황 악화로 지난해와 올해 수천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안겼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의 운영자금 부족과 부채비율 개선을 위해 29일 1125억 원 규모의 자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한진중공업은 수년째 수빅조선소에도 50여 건 넘게 채무보증을 서주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국내계열사끼리 채무보증을 서주는 것은 제한돼 있지만 해외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채무보증 규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한진중공업이 수빅조선소와 재무적으로 긴밀하게 얽히고 있는 셈이다. 한 기업이 계열사와 채무보증관계로 계속 얽힐 경우 향후 동반부실을 겪을 위험성이 높아진다.
한진중공업이 올해 자산매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이 다소 나아질 수 있지만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