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정거래위원회와 재계 등에 따르면 SM그룹이 11월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순환출자고리는 모두 148개다.
자산 10조 원 이상을 가져 올해 5월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지정된 31개 기업집단과 자산 5조 원 이상을 보유해 9월에 준대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6개 기업집단이 보유한 순환출자고리는 모두 245개다.
SM그룹이 보유한 순환출자고리는 대기업집단과 준대기업집단이 들고있는 전체 순환출자고리의 60.4%를 차지한다.
롯데그룹이 보유한 순환출자고리 67개를 제외하면 SM그룹이 보유한 순환출자고리는 전체 대기업·준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고리 가운데 83.1%까지 치솟는다.
기업이 지배구조 안에 많은 순환출자고리를 형성하고 있으면 적은 지분만으로도 주요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등 재벌기업들은 순환출자고리를 통해 계열사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활발한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SM그룹에 많은 수의 순환출자고리가 생겨나게 된 것으로 파악된다.
SM그룹은 9월 말 기준으로 국내외에 상장기업 3개, 비상장기업 70개 등 모두 73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계열사가 33개였는데 2년도 안 돼 계열사 숫자가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중소·중견건설사인 태길종합건설과 성우종합건설, 동아건설산업 등을 포함해 모두 15개 기업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한국선방금융 등을 포함한 13개 기업을 인수해 사세가 급격하게 불었다.
우 회장은 이 과정에서 여력이 있는 계열사들을 인수합병 주체로 세우는 전략을 썼다.
SM그룹은 최근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건설중장비 부품제조기업 ‘에이스트랙’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인수주체는 SM그룹이 지난해 인수한 동아건설산업이다. 9월 중순 제주도 1호 골프장인 ‘제주칸트리구락부’의 인수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을 때는 계열사인 산본역사와 하이플러스카드를 인수 주체로 세웠다.
하지만 우 회장이 앞으로도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인수합병을 계속 추진해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 것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월 말에 57개 대기업·준대기업집단의 주식소유 현황을 분석·공개하면서 SM그룹에 대해 “시장 감시와 자발적 노력을 통해 순환출자고리를 상당 부분 해소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 회장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을 염두에 두고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계열사 동아건설산업은 3월 우방건설을 흡수합병했고 우방건설산업은 SM상선을 흡수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산본역사도 최근 성우종합건설을 흡수합병했고 향후 에이스트랙 등도 합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M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순환출자고리가 워낙 많은 탓에 우 회장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우 회장이 성급하게 계열사끼리 흡수합병을 추진해 사업연관성이 크게 없는 기업끼리 결합해 성장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우방건설산업과 SM상선의 합병을 놓고 해운과 건설사업의 공존을 추구하는 전략이 시장에서 먹혀들어갈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투자은행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