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자체 회계연도 1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실적’을 내면서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영향을 비슷하게 받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미국 마이크론 '깜짝실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청신호

▲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마이크론이 발표한 이번 실적과 다음 분기 실적의 전망이 모두 시장의 추정치를 크게 웃돌았다”며 “반도체업황에 긍정적 신호를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은 자체 회계연도 1분기(9~11월)에 매출 68억 달러, 영업이익 31억 달러를 냈다. 미국 증권사들이 기존에 제시한 평균 추정치를 약 11% 뛰어넘었다.

마이크론이 내놓은 회계연도 2분기(12월~내년 2월) 자체 실적전망은 매출 70억 달러, 영업이익 33억5천만 달러 수준이다.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더 강력하게 이어질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이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실적을 볼 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메모리반도체는 업황의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사업인 만큼 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실적은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마이크론이 가파른 반도체 가격상승으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냈다고 밝힌 만큼 아직 발표되지 않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도 시장의 전망치를 뛰어넘을 공산이 크다.

최근 모건스탠리 등 미국 증권사를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고점을 맞아 이르면 4분기부터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증권가의 부정적 전망에 반응해 크게 하락한 뒤 11월 말부터 계속 약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마이크론이 실적발표를 통해 이런 관측이 정확하지 않다는 점을 어느 정도 증명한 셈이다.

마이크론 주가는 미국증시에서 실적발표 뒤 장외시간에 5%가 넘는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이 내놓은 전망대로 내년 초까지 반도체 호황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와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이터는 “마이크론은 반도체업황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웠다”며 “메모리반도체의 폭발적 시장성장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바라봤다.

다만 마이크론이 한국업체들의 반도체 경쟁사이기도 한 만큼 이번에 좋은 실적을 낸 것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긍정적 신호만 주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마이크론이 반도체업황 전망에 낙관적이고 실적호조로 자금여력도 확보한 만큼 시설투자를 대폭 확대해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공격적 물량공세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론 '깜짝실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에 청신호

▲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


이 연구원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내내 3D낸드에 투자를 집중한 효과로 내년부터 출하량을 크게 늘릴 것”이라며 “낸드플래시 공급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이크론은 특히 기업용 SSD분야에서 매출이 이전분기보다 50% 이상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업황에 대한 마이크론의 과한 의욕과 맹목적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며 “업체들의 보수적 시설투자가 호황 지속의 전제조건”이라고 파악했다.

원화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수출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볼 이득이 상대적으로 마이크론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업계가 제시하는 내년 업황의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부정적 환율효과와 업체들의 공급량 변화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